재정지출 줄여 복지 역부족?
총액 5.6% 늘어 年평균 못미쳐
핵심예산은 11.7% 늘어 엇비슷

윤석열 정부가 편성·발표한 내년도 예산을 놓고 ‘비정한’ 예산이냐, ‘다정한’ 예산이냐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복지 예산이다.

5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각 부처별 복지 관련 예산들은 ‘보건복지고용 예산’으로 통합돼 집계된다. 총 15개 항목으로 이뤄지는데 ‘보건 예산’ 3개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 12개 항목이 ‘사회복지 예산’으로 따로 분류된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2023년 예산안에 따르면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전체 예산(639조 원)의 35.5%인 226조6000억 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올해보다 4.1%(8조9000억 원) 증액됐다. 13년 만에 내년도 예산을 삭감한 중앙정부가 쓸 수 있는 예산 증가율이 1.5%라는 점을 감안하면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이는 윤 정부가 첫 예산안을 짜면서 ‘약자 복지’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 돈을 풀었던 곳간을 닫으면서도 전체적인 복지 예산은 줄이지 않겠다는 기조가 반영된 것이다.

이 중 사회복지 예산은 올해보다 5.6%(10조9000억 원) 늘어난 205조8000억 원이 배정됐다. 14년간 연평균 증가율 8.6%에 비하면 줄어들었다. 예산안 공개 후 사회복지 예산이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고물가, 고금리 등 경제 위기로 타격받은 서민들 부담을 줄이기에 역부족이란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사회복지 예산 중에서 기초생활보장·취약계층지원·아동보육·노인·여성가족청소년 등 5개 항목을 따로 집계한 ‘핵심 복지지출’을 들여다보면 예년과 비슷했다.

내년 핵심 복지지출은 올해보다 11.7%(6조2000억 원) 증가한 58조8000억 원으로 책정됐다. 과거 14년간 연평균 증가율 11.4%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연평균 13.4%)에는 못 미치지만 박근혜 정부(10.7%)나 이명박 정부(9.6%)보다는 높다.

각종 복지 지원 기준이 되는 기준중위소득(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도 2015년 도입 이후 역대 최대 폭(5.47%)으로 인상됐다. 문 정부 연평균 증가율(2.78%)의 2배다. 이를 통해 생계·의료 급여에서 탈락할 수 있는 약 5만 가구가 보호받게 된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