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주최 토론회서 격론
경영계 “현장 혼란해소 시급”
노동계 “시행 1년도 안됐다”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을 위해 주최한 토론회에서 노사 대표는 물론 전문가들도 시행령 개정 필요성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정부가 연내 시행령 개정을 마칠 예정이어서 향후 양측 간 충돌은 더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날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방향에 대한 토론회’에서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의 모호성으로 인한 산업 현장의 혼란이 심각한 수준으로 근본적 해결책은 입법 보완이지만, 당장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직업성 질병 범위 축소 △안전·보건 관계 법령을 산업안전보건법 등으로 특정 △‘필요한’ ‘충실한’ 등 모호한 표현 삭제 △경영책임자 개념 구체화 등을 요구했다. 반면 노동계는 정부가 경영계의 입장을 담아 무리하게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광일 한국노총 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는 해외 입법례 등을 고려할 때 명확성이 낮지 않고, 지금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착을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지 시행 1년도 안 된 법령의 개정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도 날 선 공방을 벌였다. 권순하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시행령상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중 인과관계와 무관하거나 인과관계 인정이 어려운 항목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법률의 위임 없이 만들 수 있는 시행령은 ‘집행명령’이고, ‘집행명령’은 모법의 해석상 가능한 것을 명시하는 정도로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은 노동시장 개혁과 함께 하반기 노동계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에 대한 경영계 요구가 쇄도한 상황에서 개정 움직임에 들어간 만큼 노동계를 중심으로 높은 수위의 반발이 예상된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