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열 원장 "尹정부 敵 규정, 대남적화
비타협적 강경노선 탓" 분석

이미지 크게보기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 토론자로 나와 남측에 의해 코로나19가 북에 유입됐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보복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뉴시스·조선중앙TV 캡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대남비방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가운데 최근 북한 주요 인사나 매체들이 윤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역도’ ‘역적 패당’ ‘괴뢰 패당’ 등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하는 등 ‘말 폭탄’을 쏟아내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28일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북한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높은 수준의 적대감을 표출한 것으로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향후 비타협적인 대남 강경노선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한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8일 당 중앙위 부부장 명의로, 윤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대북 메시지인 이른바 ‘담대한 구상’에 대해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는 담화를 발표하며 윤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윤 대통령 담화를 전면 거부하며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에게 ‘어리석음의 극치’ ‘파렴치한’ ‘바보스럽기 짝이 없다’ 등의 막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유 원장은 "2020년 6월부터 김여정이 김정은의 위임에 의해 대남·대외 부문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음을 감안할 때, 이번 담화는 북한 정권의 입장을 공식 대변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결국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와는 상종하지 않겠다는 대남 적대노선을 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5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대외선전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 ‘메아리’와 ‘통일의 메아리’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을 ‘패당’ ‘친미와 친일에 쩌든 사대매국노’ 등으로 비방했다. 5월 31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발표한 한·미 정상 공동성명과 관련해 윤 대통령을 ‘친미 사대에 환장한 윤석열’ ‘멍청이’ ‘천하의 특등 친미 매국노이고 동족 대결 광신자’ 등으로 악성 비방 수위를 높였다.

지난 7월부터는 직접 김 위원장과 김 부부장이 나서서 윤 대통령을 악성 비방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7월 27일 김 위원장은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에서 열린 이른바 북한의 ‘전승절’(정전협정체결일) 연설에서 북한에 군사적으로 맞서려 한다면 윤석열 정권과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며 협박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악성 비방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이후 이달 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는 김 부부장을 내세워 남한 당국을 박멸해 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유 원장은 "이제까지 북한은 한국에 어떠한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전략적으로 ‘타도의 대상’이며 전술적으로만 ‘타협의 대상’으로 간주해왔다"며 "다만 전술적 차원에서 정권 선호도에 따라 대남유화정책과 대남적대정책의 수준과 강도를 조정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타협 및 타도의 대상’으로 전환했는데 그 이유는 세 정권이 북한을 매우 우호적으로 대했고 이른바 햇볕정책과 이를 수용한 대북포용정책을 전개한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2000년 발표된 6·15 남북 공동선언 2항에 명시된 ‘남측의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 절충에 의한 통일 방안에 이들 정권이 응해오면 타협을 하고 자기들 의도대로 따라오지 않으면 전략적으로 타도의 대상으로 간주하겠다는 수정된 대남 전략관을 전개해 왔다는 것이다.

유 원장은 "설령 어떤 계기로 향후 남북 대화가 재개 되고 관계개선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본질적인 남북관계의 개선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그 배경은 북한의 변함없는 대남전략관과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본 인식에서 연유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돌발적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윤석열 정부를 ‘적’(타도대상)으로 규정하는 대남적화전략의 기조를 유지하며 어느 시점에는 전술적 차원에서 대남강경노선을 기반으로 해 간혹 대화 제의 등 유화노선을 배합하며 다방면으로 윤석열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