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성엽(왼쪽부터)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김용태 금융감독원 디지털금융혁신국장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문화금융리포트(MFiR) 2022’에서 ‘빅블러 금융시대의 충돌과 융합’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 문화금융리포트 2022 - 이성엽 고려대 교수

“개인정보 보호 규제혁신 필수
상품구매 내역 정보도 늘려야
사업 허가제는 신고제로 전환
日처럼 금융중개까지 가능해야”

이미지 크게보기

세계에서 처음 시도하는 한국의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데이터 경제의 모델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전송요구권의 대상 정보 확대와 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싼 규제 혁신 등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마이데이터 산업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데이터만 모아 조회하는 역할을 넘어 ‘금융 중개’까지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25일 열린 ‘문화금융리포트(MFiR) 2022’에서 ‘마이데이터의 위력과 디지털 가속화’ 주제 강연을 통해 “전송요구권의 대상 정보 확대가 필요하다”며 “현재 제공되는 정보로는 마이데이터의 기본적인 기능인 ‘통합 조회’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업은 기존 고객뿐 아니라 데이터 이동을 통해 정보를 받게 되면 타사의 개인 데이터에 대해 분석하고, 혁신 서비스를 할 길이 열리게 된다”며 “개인 입장에서도 결국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자신의 정보를 한 군데로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이란 특정 기업이나 기관이 가지고 있는 개인정보를 정보 주체인 개인의 요구에 따라 다른 사업자로 옮길 수 있는 권리다. 현재 13개 카테고리로 제공되는 상품 구매 내역 정보의 제공 범위를 늘려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개인 소비 패턴을 상세히 분석해 금융상품 추천 등 활용 가치가 높은 개인신용정보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개인정보 보호와 서비스 혁신을 위한 규제 개혁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현재 어떤 정보를 넘길지 일일이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는데, 너무 많아 선택권을 행사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는 “개인정보 보호는 필수적으로 진행돼야 하지만 이 부분만 너무 강조하다 보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어렵고 이용자의 편익을 제한할 수 있어 균형적 접근을 고려해야 한다”며 “데이터 보안이나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문제를 우려해 규제가 많아지면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장애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마이데이터의 미래에 대해서는 사용자에게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마이데이터의 이상적 모습은 개인정보의 분석·가공을 통한 맞춤형 상품 추천”이라며 “현행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등의 방향을 통해 일본처럼 금융상품에 대한 종합 중개업도 검토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간 주도의 마이데이터 생태계를 위해선 현재 사업자 허가제를 신고제로 바꿔 진입 규제를 낮추는 방향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이 교수는 “마이데이터의 제도 설계·사업자 선정 등 출발은 정부가 주도했지만, 마이데이터 성공을 위해 이제 민간의 요청 사항을 정부가 과감히 수용하고 정부는 민간을 지원하는 방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