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지으며 저와 언니 키워주신 할아버지… 항상 행복하세요!

■ 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 대구교육감賞 정민경 학생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 둘째 손녀 민경이예요. 할아버지, 병원에서 잘 지내세요? 저는 요즘 할아버지, 할머니 생각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저번에 할아버지께서 응급실에 있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늘 통화하고 우릴 보고 웃던 할아버지가 아프시다고 하니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응급실에서 의식이 없을 때도 계속 “민경아, 민경이”라고 중얼거리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할아버지가 저를 이만큼 생각하는 줄 미처 몰랐어요. 할아버지한테 잘해드린 것도 없는데 너무 미안하고 죄송했어요.

언니 12년, 저를 9년 동안 키우고, 농사도 다 한다고 정말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늘 언니랑 저 먼저 생각해주고,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시골에 있었을 때까지만 해도 마냥 어리던 제가 이젠 6학년이에요! 3년 전, 3학년 때 처음 전학 와서 몇 달 동안 할아버지 보고 싶다고 울고불고 난리 친 게 어제 같은데…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이젠 잘 울지도 않아요! 시골에 있을 때 늘 할아버지가 저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부모님이 되어주셨죠. 너무 감사해요.

할아버지, 전부터 말하고 싶었던 건데요. 3년 전, 할아버지 품을 벗어나 대구로 갔을 때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대화하시는 거 들었어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맨날 야들한테 화내기만 해서 안 좋은 모습만 기억되면 우짜노”라고 하셨죠. 근데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요! 할아버지가 제 친구들한테 자두 준 것, 잘 때 누워서 오늘 있었던 일 말하는 것, 경로당에 가서 언니랑 저 자랑하는 것, 병원 갔다가 안 울고 잘했을 때 키즈 비타민 사준 것, 장날에 다 식은 풀빵, 옛날통닭, 옛날 스타일 하드였지만 우리 좋아한다고 아이스크림 한 보따리 사 오신 것, 모두 다 기억나요.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눈부시게 빛났고, 좋았어요.

지금 생각하니 죄송한 게 너무 많아요. 할아버지 농사지은 거 나물 한 단에 500원밖에 안 하는데 맨날 맛있는 거 사오라고 떼쓰고, 대구 왔을 때부터는 시골 올 때마다 맨날 만 원씩 받아갔었죠. 할아버지가 밤낮 안 가리고 일해서 번 구겨진 만 원은 할아버지의 땀과 눈물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됐어요. 우리 먹여 살린다고 늘 힘들게 일하고, 우리 먼저 챙겨주고 보살펴 주셨죠. 늘 고생하느라 할아버지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것도 많이 못 하셨을 것 같아요. 할아버지가 깨어나서 퇴원하면 할아버지가 정말 하고 싶은 거 하고, 농사일도 줄이시고, 코로나 잠잠해지면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어요!

‘To. 우리 할아버지는 나의 든든한 델피늄 꽃’이라고 적었죠? 델피늄은 파란색, 보라색 꽃인데 예전에 제가 꽃말 예쁘다고 한 그 꽃이에요.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게요’라는 꽃말을 가진 꽃이에요. 생각해보니 제게 할아버지는 델피늄이더라고요. 늘 할아버지가 절 행복하게 해주셨잖아요! 그래서 이제부터는 제가 할아버지의 델피늄 꽃이 되어드릴게요.^^

제 어린 시절을 좋은 추억으로 가득 채워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우리 앞으로도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요. 시간이 지나고 우리의 지난날을 보면서 환하게 같이 웃어요! 그게 할아버지와 함께하고 싶은 저의 소원이에요. 그러니 늘 건강하셔야 돼요~. 할아버지 제가 너무 사랑하고 또 사랑해요!

- 우리 할아버지의 델피늄 꽃이 되고 싶은 민경이가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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