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11쪽 모두발언 원고 직접 정리
내외신 기자들 120명 참석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사전에 준비된 원고 없이 용산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가졌다. 최근의 국정운영 지지율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직접 작성한 모두발언을 통해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분명하게 밝혔다. 윤 대통령은 처음에는 집무실 1층 약식 회견 때보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기자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차분하게 질문에 답변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감색 정장과 붉은빛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으로 뵙다가 이렇게 마주 앉게 됐다”며 취재진에 인사를 건넸다. 윤 대통령은 “기자 여러분들도 고생 많으셨다. 앞으로도 여러분께서 취재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잘 챙기겠다”고 운을 뗀 후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20여 분간의 모두발언에선 ‘국민’ 키워드를 20번, ‘민생’은 5번 말했다. ‘시장’은 5번 나왔다. 윤 대통령 옆에는 김대기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최영범 홍보수석 등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 원고를 본인이 직접 정리했다고 한다. A4지 11쪽 분량의 모두발언 원고는 취임 100일간의 새 정부 성과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참모들이 보고한 자료를 토대로 본인이 직접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직전까지 메모를 수십 차례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기자회견장에 프롬프터를 설치하지 않았다. 프롬프터는 뉴스나 연설을 할 때 앵커나 강연자가 보고 읽을 수 있도록 정면에 설치하는 대본 스크린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기자들과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전했다. 약 20분간의 모두발언이 끝난 뒤에는 32여 분간 무작위로 질문을 받았다. 사전에 질문자를 정하지 않고 질문도 미리 조율하지 않는 타운홀 미팅(자유토론)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질문 영역을 국내 정치, 경제, 복지, 안보 등으로 구분하지도 않았다. 사회를 맡은 강인선 대변인은 질문자를 선정하느라 진땀을 뺐다. 강 대변인이 “질문을 원하는 분들은 손을 들어달라”고 하자 대부분의 기자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일부 기자들은 사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수첩과 휴대전화를 쥔 손을 높이 든 채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회견장에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 검사를 끝낸 내외신 기자 120명이 참석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