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실 알고도 귀하 허가 통지
소명 기회도 주지 않아 절차적 위법도


교통사고를 냈단 이유로 귀화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교통사고만으로는 귀화를 취소할 만한 중대한 하자로 보기도 어렵고, 소명 기회도 부여하지 않은 등 절차적인 하자도 있다는 설명이다.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이주영)는 A 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국적신청 불허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중국 국적을 가진 A 씨는 2013년 한국에 입국에 2018년 12월 일반 귀화를 신청했고,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2020년 8월 귀화 신청을 허가한다고 통지했다.

다만, 귀화 허가 통지가 나기 한 달 전인 2020년 7월 A 씨는 시내버스 운행하던 중 횡단 보도를 건너던 사람을 쳐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고, 같은 해 9월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에 법무부는 외국인이 귀화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품행이 단정해야 한다는 국적법 제5조 제3호를 충족하지 못했단 이유로 2020년 11월 귀화 불허 통지를 했다. A 씨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결국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앞서 법무부가 A 씨의 교통사고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고려해 귀화 통지를 한데다, 비록 약식명령을 받았을지라도 귀화 통지를 취소할 만한 중대한 하자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A 씨가 법무부를 속이고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을 사용해 귀화 허가를 받은 것이 아니다”라며 “교통사고로 약식 명령을 받았더라도 그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국적법에서 정하는 귀화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나아가 피고가 이 A 씨에게 소명 기회를 부여하지도 않았으므로 절차적 위법도 존재한다”라고 판시했다. 법무부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