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보경심’하는 중국인들 … 잇따른 사고에도 여행수요 여전

이미지 크게보기0b55b319ebc4b74535109b6a746fad1d8b821567 최근 중국의 코로나 봉쇄가 상당부문 풀리면서 여행 부문의 ‘보복소비’가 커지는 가운데 안전사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한 관광지에 설치된 레저용 시설 ‘부부징신’을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바이두 캡처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중국 소설가 둥화(桐華)가 2005년에 발표한 작품 ‘부부징신’(步步驚心·보보경심)은 현대 중국 여성 장효가 청나라 시대로 타임슬립해 강희제의 아들들과 펼치는 로맨스를 그린다. 이 드라마는 중국 현지에서 2011년 드라마로 만들어져 대히트했고, 2016년 제작된 한국 리메이크도 큰 성공을 거뒀다. 부부징신이란 ‘한걸음 한걸음 마음이 떨리듯 조심스럽게’란 뜻으로 ‘마이태 약희’라는 청나라 시대 인물이 된 장효가 정치적 칼바람 속에서 훗날 옹정제가 되는 애신각라 윤진, 그의 경쟁자였던 8황자 애신각라 윤사 등과 가까워지는 과정을 의미한다. 마지막에 현세로 돌아온 장효가 박물관에 전시된 청나라 시대의 유물에서 자신의 흔적을 발견하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소설과 드라마를 접한 많은 이들에게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미지 크게보기

최근 중국에서 ‘부부징신’이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소설이 아닌 동명의 익스트림 레저시설이 그 주인공이다. 국내에서 ‘하늘 징검다리’로 불리는 이 시설은 협곡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의 바닥을 징검다리처럼 띄엄띄엄 만들어놓고, 그 위를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떨리는 마음으로 걸어가도록 돼 있다. 이 ‘부부징신’ 설치가 쉽고 그 비용도 적게 드는 데다 수익을 빠르게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광지들이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봉쇄조치가 다소 완화되며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급속하게 늘면서 이 ‘부부징신’과 관련한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24일 베이징르바오(北京日報)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한 남성 관광객이 톈진(天津)시 지우산(九山) 풍경구에서 부부징신을 건너다 추락했다. 해당 남성은 사고 후 병원으로 즉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같은 날 후베이(湖北)성 인시(恩施)에서도 10세 남자 아이가 부부징신을 지나가다가 추락해 요추와 흉추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다리가 흔들리는 상황에 띄엄띄엄 떨어져 있기 때문에 긴급상황 발생 때 구조요원들이 빠르게 접근하지 못하고, 보호장비 역시 팔과 다리까지 고정하는 형태가 아니라 어깨와 팔만 고정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라 몸에서 빠질 위험도 크다는 평가다. ‘부부징신’ 외에도 중국 내에서 레저시설과 관련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잇따른 안전사고 때문에 관광산업에 악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으나 중국의 국내 관광수요는 여전히 폭발적이다. 언제 다시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가 이뤄져 여행길이 막힐지 모른다는 심리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 여행사이트 투뉴(途牛)에 따르면 7월 국내 장거리 관광 예약은 전달 대비 57% 증가했다. 신장(新疆), 윈난(雲南)성 등 유명 관광지역으로의 예약은 6월보다 무려 216%나 증가했고 여행 횟수도 3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윈난 여행을 알아보고 있는 베이징 시민 천(陳) 씨는 “언제 다시 막힐지도 모르고, 아이들도 여행 뒤 학교를 가는 데 지장이 생길 수 있으니 지금 빨리 다녀와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잇따른 사고에 시설들을 폐쇄하고 긴급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산시(陝西)성 등 지역당국은 안전기준을 통과한 ‘화이트 리스트’를 공개하는 등 관광객 수요를 유지하는 데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관광산업이 위축될까 중국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가 다시 진행될까 ‘부부징신’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