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이미지 크게보기

기획재정부가 지난주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각 부처·기관에 배포한 후 각 공공기관에선 볼멘소리가 적잖게 들리고 있다. 불만 중에는 공공기관이 이제 신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과 경합하는 사업’이란 기준 때문이다.

지난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한국국토정보공사(LX)와 ‘공간정보’ 사업자 단체 간의 갈등이 거론됐다. LX는 지금까지 적법하게 공간정보나 디지털트윈과 같은 신산업분야에서 데이터베이스(DB) 및 인프라 구축 등을 해왔다는 입장인 반면, 사업자들은 LX가 시장지배적 위치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해당하는 공간정보산업에 뛰어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초기 수익이 나지 않으면 투자를 꺼리는 신산업 분야에서 공공기관은 시장 형성의 역할을 한다. 공간정보라는 신산업이 무작정 ‘중기영역’이라고 강변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공기업이 발을 빼면 돈이 드는 DB 구축은 누가 하나?”라고 반문했다.

초기 투입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의 경우 공공기관의 역할을 인정해주고 시장형성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행 10년이 넘은 중기 적합업종에 대한 전면적 재고가 필요하다. 민간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공공의 역할을 축소하지만 적합업종이란 규제로 인해 투자가 끊어지고 대형 플레이어들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해당 산업의 성장은 물 건너가게 된다. 기재부는 최근 한국개발연구원에서 내놓은 중기 적합업종제도가 보호엔 성과를 거뒀으나 경쟁력 제고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박정민 경제부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