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계절근로자 292명‘무단이탈’… 벌써 작년의 92% 넘어

보증금 예치방안 실효성 떨어져
“불법체류 수단 악용” 지적 커
관련 부처협의 대안 마련 필요

성주=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전국종합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농어촌 인력난 해소를 위해 올 상반기 투입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중 292명이 무단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잠적한 계절근로자 수(316명)의 92.4%에 해당하는 인원으로 상당수가 취지와 달리 불법 체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일보 7월 22일자 10면 참조)

4일 법무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계절근로자 중 무단이탈자는 전국 20개 시·군 292명으로 파악됐다. 강원 6개 시·군 99명, 전북 4개 시·군 92명, 경북 4개 시·군 41명, 전남 3개 군 41명을 비롯해 충남은 1개 시 15명, 충북 2개 군 4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전국 5개 군에서 316명이 무더기 잠적했다.

강원에서는 지난해 우즈베키스탄 근로자 141명이 무더기 이탈했던 양구군에서 올해 필리핀 근로자 508명 중 52명이 잠적했다. 또 인제군에서도 네팔 근로자 327명 중 37명이 자취를 감췄다. 전북 고창군에서는 지난 4·6월 투입된 네팔 근로자 253명 중 72명이 잠적했으며 전남 해남군에서는 필리핀 근로자 86명 중 24명이 무단이탈했다. 경북 성주군에서는 배치된 필리핀 근로자 124명 중 22명이 사라졌다.

각 지자체는 계절근로자의 잠적을 막기 위해 올해부터 해당 국가 지방정부와 귀국 보증금(담보)을 예치하는 협약을 맺었으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계절근로자들이 국내에 입국하기 전 자국 지방정부에 집, 토지, 오토바이, 자동차 등을 담보로 맡기며 무단이탈로 농가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담보를 처분해 보상하게 했지만 신고한 농가는 없다”며 “이러한 사정을 교묘히 악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정희용(국민의힘) 의원은 “농림축산식품부와 법무부가 협의해서 정책을 보완하거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