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희 기자의 주말엔 정주행

이번 주말, 뭘 해야할지 모르시겠다고요?

문화일보 박세희 기자의 ‘사심’ 가득 담은 이번 주 정주행 배우는 강기영입니다. 최근 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정명석 변호사 역을 맡은 강기영 배우. ‘우영우’의 인기와 함께 강기영 배우를 향한 관심도 치솟고 있는데요, 사실 강기영 배우가 눈에 들어온 지는 꽤 됐습니다. 주로 주인공의 친구 역을 맡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왔죠. 이제 강기영 배우는 자신만이 해낼 수 있는 연기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정명석 역을 맡은 강기영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정명석

정말 멋진 역입니다. 법무법인 한바다의 변호사로, ‘우영우’(박은빈 분)의 상사인 정명석 변호사.

자폐스펙트럼을 지닌 우영우를 후배로 받으라는 한바다 대표 지시에 그도 처음엔 반대했습니다.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우영우 변호사가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지켜본 후 든든한 ‘아군’으로 변화합니다. 단 며칠 만에 말이죠. “그거 보통 변호사들한테도 어려운 일이야”라고 말한 뒤, “보통 변호사라는 말은 좀 실례인 것 같다”며 곧바로 표현을 교정한 그의 모습은 감동이었습니다.

정명석이 빛난 장면은 회사 구내식당에서의 장면이었죠. 우영우와 최수연(하윤경 분)이 맡은 공익 사건으로 수억 원짜리 고객을 놓치게 된 데 대해 정명석의 동기가 그를 찾아와 막말을 쏟아냈죠. 그 때 그는 “이건 신입들이 사과할 일이 아니야. 내 불찰이지. 그래도 그깟 공익 사건, 그깟 탈북자 하나라고 생각하진 말자고. 뭐 수십억짜리 사건처럼은 아니더라도, 열심히 하자고.”라고 말합니다. “쪽팔려서 가야겠다”는 위트까지 보여주면서.

지난 8회에서는 새벽에 갑자기 전화한 우영우에게 “지금 이 시간에는 다 잘 시간 아닌가? 새들도 아가 양도 명석이도”라는 대사로 ‘아가명석’, ‘코코넨네 명석’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며칠 전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우영우’를 쓴 문지원 작가도 솔직히 인정했습니다. 정명석 변호사 역에는 본인이 생각하는 40대의 모든 장점을 다 모아놨다고요. 정명석 변호사, 멋집니다. 그리고 그 멋진 정명석 역을 강기영 배우는 역시 잘 해냈습니다.

이미지 크게보기 ‘오 나의 귀신님’의 강기영과 조정석

◆ ‘오 나의 귀신님’(2015) 속 수셰프 허민수

배우 강기영이 언제 처음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에서 그를 처음 알아봤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명석 변호사와 정반대의 인물이겠네요.

‘오 나의 귀신님’은 음탕한 처녀 귀신이 빙의된 소심한 주방보조 ‘나봉선’(박보영 분)과 자뻑 스타 셰프 ‘강선우’(조정석 분)가 펼치는 로맨틱 코미디. 이들이 근무하는 레스토랑 ‘썬’의 수셰프 허민수 역을 강기영 배우가 연기했는데요, 주방에서 펼쳐지는 로맨스인만큼 이 드라마는 수셰프를 필두로 한 주방 식구들 간의 케미스트리가 또 하나의 인기 요인이었습니다.

수셰프 허민수는 ‘꼰대력 만렙’인 캐릭터. 눈치 없이 후배 휴가에 따라가려 하고 르꼬르동 블루를 나온 후배 요리사에게 질투와 시기를 섞어 ‘꼬르동’이라 부르고 후배들에게 괴롭힘 반, 장난 반의 농담을 하고. 매번 조정석에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꿋꿋이 얄미운 짓을 골라합니다.

회식을 가자는 그의 말에 조정석이 “안 간다고!” 소리 치고 그런 그가 후배들에게 “안 간다잖아!”며 소리 지르고, 현웃(현실웃음)이 터진 배우들의 모습이 담긴 장면은 유튜브에서 아직도 명장면으로 회자됩니다.

여기서 그는 정말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맛깔나게’ 해냈습니다.

이미지 크게보기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강기영

◆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박사장, 박유식

강기영 배우의 ‘맛깔난’ 연기의 최고봉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김비서)가 아닐까요. 강기영은 이 작품에서 박사장, 박유식 역을 맡았습니다. 재력, 얼굴, 수완까지 모든 것을 다 갖췄지만 자기애로 똘똘 뭉친 나르시시즘 재벌 2세 이영준 부회장(박서준 분)의 친구이자 전문경영인이었죠.
이 작품에서 강기영은 박서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담을 해주는 등의 역할을 하는데요, 영화 ‘건축학개론’에 조정석이 있다면 ‘김비서’에는 강기영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여자의 가족에게 잘 보이기 위한 비법을 묻는 박서준에게 “허리를 반쯤 굽히고 손을 모으고, 예예~ 아유 그럼요 그럼요~”하고 펼치는 과장된 연기는 지금 봐도 웃음이 빵 터집니다.

홍삼캔디를 하나 먹을 때도, 한약을 하나 먹는 모습도 정말 능청스러운데요. 드라마 속 이혼남으로 분한 그가 결혼 3주년 기념일과 6주년 기념일, 9주년 기념일을 회고하며 ‘혼자’ 펼친 원맨쇼는 정말 압권입니다.

박서준을 “오너야~”라고 부르며 그와 완성한 ‘찐친 케미’는 이 드라마를 발랄하고 유쾌하게 만드는 데 단단히 한 몫 했습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역을 능청스럽게 잘 해낸 강기영 배우.

자, 이제 ‘우영우’의 선전과 함께 배우 강기영의 시간이 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