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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안진용기자의 그여자 그남자

배려 필요한 능력女, 순애보 평범男… ‘보통 사랑’에 눈 맞추다

안진용 기자 외 1명
안진용 기자 외 1명
  • 입력 2022-07-26 09:21
  • 수정 2022-12-2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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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진용기자의 그여자 그남자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와 이준호


photo이미지 크게보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딛고 변호사로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는 우영우(왼쪽 사진)와 그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송무팀 직원 이준호(오른쪽)는, ‘백마 탄 왕자’가 가난한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진부한 내러티브를 멋지게 전복시킨다.



-‘사랑’ 감정이 낯선 영우

숱한 선입견·편견 감내했지만
이성에 대한 마음은 서툰 그녀
“이준호는 우영우를 안 좋아해”
즉답없는 준호에 1차원적 판단

-‘두려움 극복’ 알려준 준호

회전문 없앨 생각한 영우에게
쿵짝짝 왈츠에 맞춰 통과 제안
돈·배경 ‘판타지’ 요소 없지만
소소한 부분도 챙기는 배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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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채널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 속 주인공 우영우(박은빈 분)에게는 왜 ‘이상(異常)하다’는 수식어가 붙었을까. 그는 변호사다. 서울대 로스쿨을 1등으로 졸업했고, 맡는 사건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해결책을 찾아낸다. 변호사로서 출중한 실력을 갖췄다. 그런데 왜 그를 이상하게 바라볼까. 그 여자는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우영우가 몸담고 있는 법무법인 한바다의 송무팀에서 일하는 이준호(강태오 분)만큼은 우영우를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항상 따뜻한 시선을 견지하고, 그녀의 고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상의 반대말은 정상(正常)일까, 일상(日常)일까. 전자로 본다면 이상하다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바르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후자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과는 조금 다른(異) 모습일 뿐이다. 적어도 그 남자는 후자의 관점으로 우영우를 지켜본다.

◇이상하되, 이상하지 않은 그 여자

‘우영우’는 두 가지 관점에서 우영우의 성장을 좇는다. 변호사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행보는 단순히 직업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자폐라는 장애를 안고 있는 한 사람이 사회의 일원으로 편입돼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영우의 말투와 행동은 남다르다. 아이처럼 말하고 셋까지 센 후 문을 통과하는 등 강박 증세를 보인다. 고래를 특히 좋아해 매사에 고래를 투영한다. 그런 그가 재판장에서 변론을 위해 입을 열면 대부분 의심에 찬 눈초리로 대한다. 분명 그 여자는 조금 이상해 보인다.

하지만 우영우의 사고 체계는 누구보다 올바르고 정확하다. 그의 멘토인 정명석 변호사는 “외부에서 피고인이 피해자 만나는 거 어려워. 그냥 보통 변호사들한테도 어려워”라고 말한 후 “미안해요. ‘그냥 보통 변호사’라는 말은 실례인 것 같아서”라고 사과한다. 보통의 범주에 들지 않는 우영우를 향해 은연중에 ‘이상하다’는 편견을 드러낸 것에 대한 뉘우침이다. 하지만 우영우는 이렇게 답한다. “괜찮습니다. 저는 보통 변호사가 아니니까요.” 그는 자신의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대해 누구보다 객관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 평생을 살아오며 숱한 선입견과 편견을 감내하며 체득한 결과다.

하지만 우영우에게도 시련(?)이 찾아온다. 객관적 시선으로 재단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랑이다. 그 남자, 이준호가 그 대상이다.

자폐인은 자폐를 가진 ‘사람’이다. 당연히 사랑을 느낀다. 다만 그 복잡다단한 감정을 읽고 표현하는 데 서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영우의 선택은 ‘직진’이다. 이준호에게 직접 “제가 이준호 씨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한번 만져봐도 되겠습니까?”라거나 “이준호는 우영우를 좋아한다?”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요구한다. 당연히 이준호는 즉답을 피했고, 우영우는 “이준호는 우영우를 안 좋아한다”는 일차원적인 결론을 내렸다.

이어 우영우는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누군가 나를 좋아하는 건 쉽지 않아. 나는 자폐인이잖아.” 가끔 우영우는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핵심을 찌른다. ‘정상’으로 불리는 많은 이들이 빙빙 에두르는 표현을 아주 빠르게 정확하게 짚는다. 과연 이런 우영우가 이상한 것일까. 아니면 답을 알면서도 좋은 사람인 척, 배려 있는 사람인 척 진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비(非)자폐인들이 이상한 것일까.

◇뻔하되, 뻔하지 않은 그 남자

혹자는 이준호를 보며 ‘뻔하다’고 한다. 주변 뭇 여성이 바라보는 선망의 대상인 자상하고 배려심 넓은 남자, 하지만 오로지 여주인공만을 바라보는 순애보적인 모습, 게다가 잘생긴 외모로 화룡점정을 찍는다. 판타지에서만 존재하는 유니콘 같은 남자라는 의미다.

하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이 남자 뻔하지 않다. 그는 작품 속에서 송무팀 직원으로 등장한다. 드라마의 배경이 법무법인이고, 드라마의 5할이 재판 장면으로 채워지는데 이준호는 변호사가 아니다. 송무(訟務), 즉 소송에 관한 사무나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변호사인 여주인공과 애틋한 교감을 나눈다는 설정은, 백마 탄 왕자님과 같은 재벌 남성이 가난하지만 씩씩한 여성에게 홀딱 반한다는 판타지 드라마의 전복이다.

난관을 극복하며 서로의 모습을 눈에 새긴 첫 만남도 인상적이다. 이 만남 속 빌런(악당)은 회전문이다. 마치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무한히 반복되는 타임 루프에 갇히듯, 돌고 도는 회전문과의 대결에서 악전고투하는 우영우는 “외부와 내부의 공기 흐름을 격리시켜 냉방과 보온에 유리하다”는 한 가지 장점 외에 “일반문보다 통행량 처리 속도가 느리고, 노약자가 문에 끼일 수 있으며, 휠체어 사용자의 이용이 어렵다”는 세 가지 단점을 가졌기에 회전문을 없애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이를 흥미롭게 지켜보던 이준호는 ‘눈높이’ 해결책을 제시한다. 회전문을 없애는 극단적 방법이 아닌, 회전문의 속도를 왈츠의 ‘쿵 짝짝’ 4분의 3박자 리듬에 맞춰 마치 춤을 추듯 빠져나가도록 돕는다. 두려움의 대상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셈이다. 이준호가 없는 곳에서 또 다른 회전문과 맞닥뜨릴 우영우를 위한 해법이다. “돈으로 다 사겠어”라고 목소리를 높이다가 여주인공의 순수한 마음을 깨닫고 뒤늦게 후회하며 사랑에 빠지는 숱한 재벌 남성과는 결이 다르다.

이준호는 역대 인기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 중 가장 현실에 가깝다. 좋아하는 이성에게 쉽사리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지만, 은근히 그 여자를 챙긴다. 그 여자를 괴롭히는 남자와 농구를 하던 중 강한 몸싸움을 해 소심한 복수를 하며, 그 여자가 빗길에서 넘어지면 달려가 일으켜 세워주고 자신의 옷을 덮어준다. 이렇듯 그 남자는 여느 시작하는 연인들처럼 아주 보통의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그리고 이준호는 이미 우영우를 향한 속내를 넌지시 드러냈다. “제가 변호사 우영우로서 일하고 있을 때도 사람들 눈에 저는 그냥 자폐인 우영우인 것 같습니다. 자폐인 우영우는 깍두기입니다. 같은 편 하면 져요. 내가 끼지 않는 게 더 낫습니다”라고 자책하는 우영우에게 이준호는 말했다. “나는 변호사님이랑 같은 편 하고 싶어요. 변호사님 같은 변호사가 내 편을 들어주면 좋겠어요.”

이제 우영우가 답할 차례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뻔한 로코·신파 색채 거부… 韓드라마 클리셰를 뒤집다

■‘우영우’ 의 반전매력
질투심 있지만 도와주는 동료
주변인물 ‘악역’ 아닌 ‘경쟁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기존 드라마들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클리셰를 뒤집는 설정으로 가득하다는 점에서 이상하고 비범하다.

우영우(박은빈 분)의 아버지 우광호(전배수 분)는 미혼부다. 남자의 변심으로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미혼모의 이야기는 그동안 수차례 한국 드라마에서 다뤄져 왔지만 미혼부 이야기는 흔치 않다. 특히 미혼부의 부성을 다룬 이야기는 더욱 그렇다. ‘우영우’는 미혼부 우광호의 딸을 향한 부성애를 강조한다.

‘우영우’는 1회에서부터 출생의 비밀을 암시했다. 그랬기에 자칫 뻔한 신파로 흐르진 않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8회까지 진행된 현재, 우영우의 친모가 태수미 태산 대표고 나름의 사정에 의해 딸을 떠날 수밖에 없었음이 담담하게 이야기됐다. 엄청난 신파도, 눈물·콧물 빼는 장면도 없었다.

우영우 주변 인물들도 모든 클리셰를 뒤집는다. 지금까지 우리가 봐온 드라마대로라면 정명석(강기영 분) 변호사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지닌 채 우영우를 이해하지 못하는 ‘악역’이었을 것이다. 최수연(하윤경 분) 변호사도 천재성을 지닌 우영우에 대한 질투로 가득한 인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명석은 우영우에 대한 편견을 한 회 만에 말끔히 씻어내고 진심으로 그를 응원하고 존중하는 ‘진짜 멘토’며 최수연은 우영우에 대한 질투를 가지고 있음에도 회전문을 지나지 못하는 우영우를 돕는, ‘봄날의 햇살’과 같은 사람이다. 기존 드라마들에서 여성 주인공의 적으로 ‘악녀’를 내세우며 여성 대 여성의 대결 구도를 만들어온 것에 반해 최수연은 우영우와 깊은 연대를 형성하고 있다.

오히려 드라마 속 악역은 신입 변호사 권민우(주종혁 분)인데 ‘우당탕탕 vs 권모술수’라는 소제목의 5회 예고편이 나갔을 때 일부에선 우영우와 권민우가 티격태격하다 사랑에 빠지는 일종의 로맨틱 코미디(로코)를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우영우가 약자라는 건 착각”이라며 자신이 역차별을 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로코 주인공이 아닌, 공정을 내세우며 역차별의 논리로 약자를 괴롭히는 차별주의자일 뿐이었다.

드라마 속 두 로펌을 이끄는 대표는 둘 다 여성이다. 이 설정마저 어색하거나 불편하게 느낀다면 기존의 한국 드라마 공식에 너무나 익숙해진 탓일 것이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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