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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 대표하는 ‘유도회’ 25대 회장 최영갑씨 내일 취임

“‘홍동백서’‘조율이시’는
어떤 예서에도 나오지 않아
과일 위치 따질 필요 없이
집안따라 정성껏 차리면 돼”

“유교(儒敎)가 현대인에게 환영을 받지 못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연로한 남성 중심으로 경직되게 운용됐기 때문입니다. 유교의 내용이 국민에게 잘못 알려져 있는 탓이기도 합니다. 이런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유교의 현대화 작업을 추진할 것입니다.”

최영갑(58·사진) 성균관유도회총본부회 회장은 18일 이렇게 밝혔다. 그는 지난달 21일 유림을 대표하는 유도회(儒道會)의 25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19일 취임식에 앞서 이날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설이나 추석만 되면 차례상 음식 준비로 스트레스를 겪는 여성, 그로 인한 가족 불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우리 유교의 차례·제례 상차림이 현대인의 생활과 맞지 않아서입니다. 국민 고충을 덜어드리는 것이 유도회 의무라고 생각하고 차례와 제례를 간편하게 정립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지난 5∼6월 8차에 걸쳐 회의를 열었다. 제례와 차례 상차림 시안 등을 현실에 맞게 마련하고, 국민 여론 조사를 거쳐 올 추석 전 발표할 예정이다.

“대중과 친밀한 유교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유림조차 알지 못하는 의식들이 마치 유교의 정통인 것처럼 행해지는 것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최 회장에 따르면, 차례와 제례상 차림법으로 흔히 드는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枾)’는 어떤 예서(禮書)에도 나와 있지 않다. 과일 위치를 따질 필요 없이 정성껏 차리면 된다. 기일 당일에 제례를 모시는 등의 기본 원칙만 지키면, 각 집안 전통인 ‘가가례(家家禮)’에 의하면 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성균관 교육원장 시절부터 유교의 현대화를 강조하며 삼강오륜(三綱五倫)에 대한 인식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유교의 근본은 부모와 자식, 임금과 신하, 남편과 아내, 어른과 어린이, 친구 간 서로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오륜에 있다는 주장이다. 즉,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의 가치는 쌍방적이다. 그런데 한 쪽의 복종을 강조한 삼강, 즉 군위신강(君爲臣綱)·부위자강(父爲子綱)·부위부강(夫爲婦綱)이 유교 핵심 가치로 잘못 알려졌다. 중국 한나라 때 왕권을 강화할 목적으로 만든 정치 규범을 조선의 정치 권력자들이 자의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성균관대 유학과와 대학원 동양철학과를 졸업한 후 30여 년 유림 활동을 해 왔다. 성균관 기획실장, 선비문화수련원장, 유교문화활성화 사업단장, 유교경전편찬위원회 편집위원장 등을 두루 거쳤다.

장재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