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구 권력 공방 쟁점

귀순의향서 존재… 제각각 해석
살인마 규정… 선박감식은 미흡
한국민 여부따라 추방 가부 갈려

지난 2019년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신구 권력이 진실 공방을 벌이며 정면충돌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은 북한 선원들이 살인마라며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어 추방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사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귀순 의향서를 작성했는데 진정성이 없다는 주장은 모순이며, 추방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반박하고 있어 이 세 가지 충돌 지점이 향후 조사·수사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전날(17일) 이번 사건 당시 안보 총책임자로서 입장을 내고 북한 어민을 귀순자가 아니라 흉악범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실장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귀순 어민들은 흉악범이었고 남한에 귀순할 의사가 없었다”며 “우리 국내법은 이런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추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어민들이 나포 당시부터 귀순 의사를 표시하고 자필로 ‘대한민국에 살고 싶다’는 내용의 보호신청서를 썼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 주민이 스스로 귀순 의향서를 썼는데 정부가 귀순 진정성을 논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또 정 전 실장 등 문 정부 인사들이 귀순 어민을 살인마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정부는 제대로 된 조사와 수사, 재판도 없이 살인마로 규정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선박에 대한 혈흔 검사도 하지 않고 북한에 선박을 넘겨주고 귀순 어민에 대한 합동조사도 중간에 중단시키는 등 조사 자체가 불충분했다는 것이다.

문 정부 인사들은 비정치적 중대범죄자가 국제법상 난민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추방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정부는 귀순 어민이 한국 국민인 만큼 출입국관리법과 난민법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실제로 그동안 귀순한 북한 주민 중 △항공기 납치, 마약 거래, 테러, 집단 살해 등 국제형사범죄자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가 23명인데 이 가운데 강제 북송된 사례는 없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