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문화댄스페스티벌’서 대상 우크라이나 팀장 로마 마홉스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3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IYF 주최 월드캠프 개막식에서 축하공연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댄스팀 ‘므리야’(Mriya). IYF 제공

“여권·항공권 비용 등 어려움
‘꼭 상황 알리라’각계서 도움
한국의 성공사례 공유하기를”

23일까지 서울·대전서 행사

보령=글·사진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

“새로운 세상에 온 것 같아요. 빨리 전쟁이 끝나서 우크라이나가 한국처럼 눈부신 발전을 이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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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시에서 열린 국제청소년연합(IYF·회장 박문택 변호사) 주최 ‘세계문화댄스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차지한 우크라이나 댄스팀 ‘므리야’(Mriya)의 팀장 로마 마홉스키(26·사진)는 14일 충남 보령시 기쁜소식대천교회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우크라이나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줘 감사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크라이나어로 ‘꿈’을 뜻하는 므리야는 이 나라가 보유했던 세계에서 가장 큰 화물 수송기의 이름이다. 그러나 이 비행기는 지난 2월 키이우 근처 비행장에서 러시아에 의해 파괴됐다. 그러나 마홉스키 팀장은 “비행기 므리야는 파괴됐지만, 우리 꿈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므리야 댄스팀은 지난 4월 우크라이나 14세에서 28세 37명의 청년이 모여 만들었다. 독일과 헝가리 등 인근 나라로 피란한 청년들이다. 전쟁으로 꿈을 잃어가는 우크라이나 청년들에게 꿈을 되찾아주겠다며 독일 비영리단체 ‘이히 할테 디히 (Ich Halte Dich)’가 팀을 꾸리는 데 도움을 줬다.

댄스팀은 처음부터 목표를 정했다. ‘세계 문화 댄스 페스티벌’에 참가해 우승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방한해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다시 날자’(Fly Again)라는 주제의 댄스를 선보였다. 평화로운 우크라이나 모습에서 시작해 사이렌 소리와 함께 멈춰선 시간과 아픔, 그리고 평화를 되찾은 고국의 모습을 춤으로 표현했다.

므리야는 우승팀 자격으로 지난 3일 무대를 부산으로 옮겨 공연을 이어갔다. 이날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IYF 주최 월드캠프 개막식에서 축하공연을 펼쳤다. 개막식 참가자 3500여 명을 비롯해 부산 시민 등 1만 6000여 명이 므리야 댄스팀 공연에 큰 박수로 호응했다.

이들은 방한을 위해 여러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우선 여권 발급이 문제였다. 독일의 우크라이나 영사관에서는 전쟁 이후로 더는 여권을 발급할 수 없다고 했다. 이를 받기 위해 전쟁 중인 키이우로 돌아가야 했다. 문화부의 허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문화부 담당자에게 ‘므리야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설득 끝에 극적으로 여권을 발급받게 됐다. 국경 수비대도 므리야 프로젝트에 대해 듣고 “꼭 한국에 가서 우크라이나 상황을 알려달라”며 통과시켜줬다고 한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6월 30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국제청소년연합(IYF) 주최 ‘세계문화댄스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차지한 우크라이나 댄스팀 ‘므리야’(Mriya)멤버들과 스태프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며 활짝 웃고 있다. IYF 제공

여권 발급 문제를 해결하자 이번엔 비행기 표 값 5만 유로(약 6740만원)를 마련하는 일도 부담이었다.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비행기 표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5월 말부터 거리 행사를 통해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독일에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지지와 우크라이나 영사관의 후원, 특히 IYF 유럽 지부가 중심이 돼 결성한 난민지원단체의 도움을 받아 한국 공연 길에 나설 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다.

전쟁 전 영어 강사를 했다는 마홉스키 팀장은 “72년 전 한국에서도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모든 것이 멋있고 훌륭해서 아주 놀랐다”면서 “한국이 모든 분야에서 1위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것으로 믿는다”며 “새로운 우크라이나에서 살고 싶은 것이 꿈”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에 동석한 댄스팀의 리더인 지니스 트카축(28)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의료지원을 비롯해 도움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인들의 따뜻한 마음 잊지 않겠다. 상호 교류해서 상생 관계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통역사가 꿈이며 한국에 처음 왔다는 발레리아 사하우 디노바(22)도 “머지않아 전쟁이 끝날 것”이라며 “모두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전쟁 후 한국처럼 발전된 우크라이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스태프를 포함 총 54명으로 구성된 일행들은 16일부터 열리는 ‘보령머드축제’에서 공연을 한 뒤 오는 23일까지 서울과 대전에서 우크라이나 후원 행사를 갖고 그날 독일로 떠난다. 24일부터 유럽 곳곳을 돌며 공연을 펼치고 조국의 현실을 알릴 예정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시작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 광장, 베를린 포츠담 광장,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8월 24일) 기념 순회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