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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채 산업부 차장

윤석열 대통령 취임 두 달이 지났다. 한·미 정상회담, 나토(NATO) 정상회의 등 굵직한 외교 일정이 있었고, 각 분야에서 새 정부의 청사진을 제시한 기간이었다.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실 참모, 정부 인사들이 쉴 새 없는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시점에서 윤 대통령의 경제 행보를 돌아보면 아쉬움이 적지 않다. 경제 분야로 국한해서 본다면 윤석열 정부는 지난 2개월 동안 경제정책 방향을 세우는 데 주력했다. 6월 16일 큰 틀의 경제정책 방향이 발표됐고, 과감한 규제개혁 메시지도 강조됐다. 그럼에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행보는 부족했다. 지지율 여론조사에도 이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담겨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후 산업 현장 방문은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한 삼성전자 평택 공장 방문, 6월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 방문이 유이(唯二)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유난히 산업 현장 방문에 박했다. 특히, 대기업 현장 방문은 손에 꼽을 정도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하기 전에는 삼성 사업장을 한 번도 찾은 적이 없다. 다른 기업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당선인 시절 국내 1호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던 SK바이오사이언스를 찾은 정도가 기억나는 산업 현장 방문 행보였다. 예비후보 시절부터 다른 후보들과는 크게 달랐다.

이렇다 보니 윤 대통령이 특수부 검사 티를 벗지 못했다는 의심 어린 시선이 존재한다. 특수부 검사에게 가장 큰 수사 대상은 정치인과 대기업 총수였다. 강골 특수부 검사였던 윤 대통령이 아직 기업인들과 심리적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을 수사하고, 그것을 지휘했던 사람들이 정부의 요직으로 온 것도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검사는 과거의 잘못을 파헤치고 범죄자를 잡아들이는 게 성과지만, 대통령은 그런 식으로 일할 수 없다. 경제와 외교를 통해 평가를 받아야 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윤 대통령이 5월 취임식, 바이든 대통령 방한 등을 통해 안면을 튼 대기업 총수들을 용산으로 초청해 소통의 시간을 갖고, 기업 의견과 건의사항을 직접 수렴했어야 했다. 민간 중심 경제를 민간이 알아서 하는 경제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뉴스는 권력기관 간의 다툼, 여당의 내분 등 정치만 흘러넘치고 경제는 너무 부족하다. 최고 통치자의 업적에 경제가 강조되고, 외교에서도 경제인들의 가치가 점점 올라가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아쉽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와서 삼성전자 공장을 가장 먼저 방문하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단독으로 만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가장 큰 요인은 부동산 정책 실패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었다. 이제 경제가 국정의 제1순위인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다. 윤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은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 책상에서 듣는 경제와 직접 눈으로 보는 경제는 다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유럽에 간 뒤에 공급망 위기를 더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더 경제에 집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