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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순 덕성여대 미술사학과 교수
조선 시대에는 사대부 선비들의 결속과 친목을 위한 모임인 계회(契會)가 유행했다. 계회 후에는 참석자의 수만큼 계회도를 제작해 나눠 갖는 관례가 있었다. 조선 초 한양 관료들 사이에 유행한 계회도는 대부분 족자 형태로 제작됐고, 상단의 표제(表題)와 중단의 계회 장면을 묘사한 그림, 하단의 참석자 명단인 좌목(座目)으로 구성됐다. 이러한 계회도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찾기 어려운 조선 시대 특유의 회화 형식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독서당계회도’(사진)는 중종 연간(中宗·1506∼1544) 중 국가적 인재양성기관인 독서당 소속 관료들의 모임을 기념해 1531년경 제작됐다. 현존하는 180여 점의 계회도 중 가장 이른 시기의 기년작이며, 조선 초 한강변의 실경을 담은 실경산수화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 상단에는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라는 제목이 전서체로 쓰여 있고, 중단의 화면에는 우뚝 솟은 응봉(鷹峰·매봉산)을 중심으로 그 위로는 남산과 삼각산, 도봉산 등이 나타나며, 그 아래로 한강변 두모포(豆毛浦·지금의 성동구 옥수동) 일대의 실경이 묘사돼 있다. 중앙에는 안개에 휩싸여 지붕만 보이는 독서당 건물이 나타난다. 중종 때 설치된 동호독서당으로 현재 성동구 옥수동 극동아파트 부근에 있었다고 추정된다. 계회는 관복을 입은 독서당 관원들의 흥겨운 뱃놀이 모습을 표현했다. 기록된 참석자들은 1516년부터 1530년 사이에 사가독서(젊고 유능한 문신에게 휴가를 주고 학문에 전념하게 한 인재 양성책)한 20·30대의 젊은 관료들로 주세붕, 송인수, 송순 등이다.
일본의 개인 수장가가 1980년대 공개한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이 보물급의 작품이 최근 경매로 환수됐다. 오랜 세월 해외로 떠돌던 이 작품은 지금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에서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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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의 격조 높은 여가 ‘독서당계회도’
- 입력 2022-07-11 11:06
- 수정 2022-07-1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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