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이미지 크게보기 게티이미지뱅크

▶▶ 독자 고민
수면제를 복용 중인데 치매에 걸릴까 봐 걱정입니다. 원래 걱정이 많은 성격이긴 한데, 남편도 암에 걸리고 손주가 발달장애를 진단받으면서 잠이 안 오기 시작했습니다. 70살이 넘더니 하루 3∼4시간밖에 못 자서 다니던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기 시작했어요. 온종일 걷고 수영을 하는데도 잠이 안 오네요. 친구들이 수면제를 복용하면 치매에 걸린다고 하는 데다가 마침 수면제도 떨어져서 끊으려고 시도해 봤는데 3시간도 자지 못하니 참담합니다.

▶▶ 솔루션
A : 불면증이 치매에 더 위험… ‘수면제 휴일’정해 가끔 끊어 보세요

수면제도 종류별로 다르며 잠을 못 자는 것이 뇌건강에 무엇보다도 좋지 않습니다.

수면을 위해 처방하는 약이 모두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수면에 대한 약물치료 중에 대표적인 것이 최면진정제(hypnotics)인데, 복용 이후부터 완전히 잠들 때까지의 기억이 사라지는 전행성 기억상실(anterograde amnesia)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전행성 기억상실이 나타날 경우에는 당장 해당 수면제 복용을 중단해야 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최면진정제 계열의 수면제를 10년 정도 매일 복용했을 때, 치매 위험성이 43%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매일 성인 최대용량을 복용하는 사람과 한 번도 복용하지 않은 사람의 비교이므로 가끔 복용한다거나, 적은 용량을 복용하는 경우라면 꼭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수면제 복용보다도 치매에 더 위험한 것은 오랫동안 잠을 못 자는 것입니다. 불면증이 지속될 경우 뇌가 제대로 쉬지 못해서 집중력 감퇴, 감정조절의 어려움 등이 발생하며 그로 인해 치매에 더 빨리 걸릴 수 있습니다. 특히 우울증 증상으로 불면증이 생기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172% 증가하는데, 수면제로 인한 43%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잠을 잘 자면서도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최면진정제 계통이 아닌 수면제를 처방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멜라토닌과 같이 호르몬을 보충하는 약제를 비롯해 항우울제 또는 기분조절제 계통 약물 중에도 수면에 도움이 되는 약물이 다양하게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처방을 받는다면 수면 문제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약에 대한 의존성이 걱정된다면 강제적으로 ‘약 휴일’(drug holiday)을 정해 10일에 한 번, 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약을 끊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불면증의 경우에만 이런 시도를 하되 반드시 주치의와의 상의를 거쳐야 합니다. 마침 처방을 받지 못해 약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시도를 하면 실패 확률이 높은데요. 괜히 약이 없어서 못 먹는다는 생각이 들면 더 불안해지기 때문에 약물이 충분한 상태에서 시도해야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또 “못 자면 큰일 난다”는 태도가 아니라, “이제까지 잘 잤으니 하루쯤은 못 자도 상관없다”고 생각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오늘 못 자면 다음 날 잘 자면 된다”는 마음을 가지면 약 휴일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습니다.

이미지 크게보기

하주원 대한정신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