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등 북한업무 총괄부서
사실상의 책임 방기”비판나와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3월 28일 이인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관한 긴급현안보고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 통일부가 올해 3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발생한 북한 선박 월선 사건 당시 탑승했던 북한 주민들에 대한 귀순 여부 등을 확인하는 정부 합동조사에 불참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부는 당시 제반 여건 등을 감안해 불참했다는 입장이지만, 탈북민 등 북한 업무를 총괄하는 부처가 조사에서 빠진 것은 사실상 책임을 방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6일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통상 북한 주민이 해상이나 육로를 통해 대한민국 영역에 들어올 때는 국가정보원·군·해양경찰청 합동조사팀을 꾸려 귀순 의사 및 월남 배경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는데, 지난 3월 8일 NLL을 넘어온 북한 선박 1척 및 승선원 7명 월남 사건에는 불참했다. 통일부는 지난 2020년부터 관계 기관과 협의해 참여하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 주민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지 의원실 질의에 “해당 지역의 접근성, 초기 상황 등 제반 여건을 감안해 참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통일부가 합동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데 대한 설명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북한 선박과 그 선박을 따라 내려온 경비정의 월남 경위 등이 석연치 않고, 주민 합동신문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정부 안팎에서 이들에 대해 ‘귀순 의사가 없다’는 언급이 나오는 등 논란이 됐던 해당 사건에 통일부가 뚜렷한 입장이나 결과를 밝히지 않은 것은 탈북민 주무부처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시기적으로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인 동시에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3월 8일 이 사건이 벌어진 점을 고려하면, 진상 조사에 보다 적극적이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 의원실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해상·육로를 통해 대한민국 영역에 들어와 조사받은 북한 주민 현황’에 따르면, 최근 10년(2013~2022년)간 대한민국 영역에 들어와 우리 정부의 조사를 받은 북한 주민은 총 17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문 정부 3년 동안 월남한 북한 주민은 2020년 11월 1명, 2021년 2월 1명, 2022년 3월 7명 등 총 9명이었다.

지 의원은 “문재인 정권에서 월권으로 북한 어부 2명을 강제 북송한 데 이어 탈북민 업무를 총괄하는 통일부마저 합동조사에 불참하는 등 책임을 방기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통일부는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