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홍 심화

朴 “일신상의 이유” 밝혔지만
尹-李 가교 탈피 ‘절연’ 관측

친윤 “朴, 李 거짓말에 실망”
李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미지 크게보기 박성민 국민의힘 당 대표 비서실장이 30일 전격 사퇴한 가운데, 이준석(가운데) 국민의힘 대표가 경북 포항 남구 동해면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이철우 경북지사, 이 대표, 김병욱(포항남·울릉)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박성민 국민의힘 당 대표 비서실장이 30일 전격적으로 사임했다.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의를 1주일 앞두고 이뤄진 결단에 당 안팎에선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지)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실장의 사의 표명으로 이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당내 갈등도 새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된다.

박 실장은 이날 오전 언론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오늘 저는 일신상의 이유로 당 대표 비서실장직을 사임했다”며 “그동안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박 실장의 당직 사퇴는 대통령 선거 승리 직후 이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기용된 지 3개월여 만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박성민

박 실장은 이 대표의 제안을 몇 차례 고사했지만,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 비서실장직 수락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실장의 임명이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가교’라는 상징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박 실장의 사퇴에는 이 대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절연’ 의지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조심스레 나온다. 박 실장은 지난 대선 당시 중앙선거대책본부의 조직본부장을 맡아 선거 승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한 친윤계 의원은 “이 대표가 주변에, 자기 비서실장한테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박 실장이 누군가와의 조율을 통해 직을 내려놓는 게 아니라 이 대표에게 실망했기 때문에 물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가 결국 친윤계와 다툼에서 밀린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도우라고 보낸 비서실장의 사퇴는 (이 대표가) 당내 입지, 리더십을 상실하는 모양새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경북을 방문 중인 이 대표는 박 실장의 사퇴 가능성이 알려질 무렵 페이스북에 “뭐 복잡하게 생각하나. 모두 달리면 되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라고만 썼다.

당 안팎에서는 지난 주말 윤 대통령과 회동설을 놓고 이 대표와 대통령실이 진실게임 양상을 보였던 상황과 맞물려 당내 이 대표의 ‘고립’ 양상이 두드러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자꾸 윤 대통령에게 성 상납 사건과 관련해 손을 내미니 윤 대통령도 자꾸 피하는 구도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27일 윤 대통령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했을 당시에도 직접 배웅한 권성동 원내대표와 달리 공항에 나오지 않았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