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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초래한 ‘文정부 평가지표’
130곳 중 D·E등급 13.8%뿐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사회적 가치에 대한 배점을 과도하게 높여 공공기관 부실을 초래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21일 기획재정부의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및 후속 조치’에 따르면, 공기업 36개, 준정부기관 57개, 강소형기관 37개 등 130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종합 등급 ‘E(아주 미흡)’를 받은 기관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우체국물류지원단, 한국철도공사 등 3개였다. ‘D(미흡)’를 받은 기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마사회,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한국콘텐츠진흥원, 국립생태원 등 15개였다. 지난해에 이어 ‘D’를 받은 LH는 윤리 경영에서 낮은 등급을 받고 주거복지 사업 등 주요 사업 성과도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낙제점’에 해당하는 ‘D’와 ‘E’를 받은 기관은 총 18개로, 130개 기관 중 13.8%였다.

이번 경영 평가는 문 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 말에 확정된 ‘2021년 경영평가편람’을 토대로 진행됐다. 현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기조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번 경영평가 발표를 하면서 “평가 비중이 다소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사회적 가치 중심의 지표들을 분석해 비중 하향을 추진하고, 재무성과 지표는 경영 성과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비중 상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정부는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등 사회적 가치 구현 배점을 100점 만점 중 25점으로 끌어올렸다. 반면 재무성과 지표는 5점으로 축소했다. 이에 따라 방만한 경영으로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해 국민 부담을 가중시킨 공공기관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 인상안에 대해 “미흡하다”고 비판하면서 “오늘날 한전이 왜 이렇게 됐느냐”고 질타한 것도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