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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사회부장

尹 국정 운영 중심에 법치 설정
한동훈은 檢 개편 수사력 강화
꼬리에 꼬리 무는 ‘꼬꼬검’ 인사

여소야대 현실 ‘尹 사단’ 필요성
검찰 편중 인사 ‘인치’돼선 안 돼
4차 산업혁명기 다양성이 경쟁력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법치를 강조하고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 대응에서도, 잇단 검찰 출신 인사 등용 비판에 대해서도 법치를 내세웠다. 한 달 전 대통령 취임식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향후 국정 운영 방향과 원칙에 대해 구체적 청사진을 내놓지 않았던 윤 대통령이 강력한 법 집행을 통한 법치를 국정 운영 원칙으로 삼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조만간 대대적인 부패 척결과 전 정권에서 뭉갰던 권력 수사 본격화 등 사정 정국이 펼쳐질 것이라는 말까지 돈다.

윤 대통령은 법무부와 검찰뿐 아니라 국가정보원, 국무총리실, 금융감독원 등 정부 요직에 함께 일했던 검찰 출신 인사들을 대거 임명했다. ‘윤검네’(윤석열 검찰 네트워크), ‘꼬꼬검’(꼬리에 꼬리를 무는 검찰 출신 기용) 비판이 일자, “능력을 갖춘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 “필요하면 검찰 출신을 또 쓰겠다”고 맞받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서울중앙지검에 반부패·강력범죄 수사부 등을 부활하고, 검찰총장 승인 없이 전국 일선 검찰청 형사부 모두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검찰 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것도 윤 대통령 의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 장관은 윤 대통령이 “편하게 의논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윤 대통령 심중을 잘 아는 측근이다. 7월 경찰청장 인사를 앞두고 후보군인 치안정감 6명을 모두 교체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 3월 대선은 무너진 나라 근간과 국가 기강을 바로 세워 ‘반듯한’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민심이 승리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5년 동안 평등을 강조하면서 공정은 무너졌고, 분배를 중시하면서 형평이 깨졌다. 국민은 ‘네편 내편’으로 갈렸고, 나에게, 우리 편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공정이고, 손해가 되는 것은 적폐가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다”고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통치 행위로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강력한 법 집행과 법치 강화다. 중국 전국시대 진(秦)나라 재상 상앙은 왕의 아들까지도 처벌하는 엄격한 법치주의 정치로, 변방의 소국에 불과했던 진나라가 중국 천하 통일을 이루는 기초를 다졌다. 그 시작은 반부패와 부정부패 척결이다. 오스템임플란트 2200억 원, 우리은행 660억 원, 계양전기 240억 원, 강동구청 115억 원 등 기업, 금융권, 공직 사회를 불문하고 대규모 횡령 사건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 부패가 단기간에 이뤄진 ‘한탕주의’가 아니라 수년에서 10여 년에 걸쳐 장기간 진행된 구조화된 부패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불법 파업 등 법 경시 풍조도 여전하다. 사회적으로 법치 강화가 필요한 시기다.

24만7077표라는 역대 최소 득표 차이(0.73%P) 대선 승리, 임기 초반 50% 안팎의 낮은 지지율, 여소야대 정국이라는 불리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국정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명분과 힘이 필요하다. 주요 부처에 오랫동안 검찰에서 손발을 맞춰 온 ‘윤석열 사단’을 배치한 것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윗사람의 지시와 말을 거역하기 힘든 상명하복의 위계 문화가 엄격한 검찰 출신 인사들이 대거 국정 전반에 나서는 것은 다른 문제다.

법치에 권력의 손길이 닿으면 인치가 된다. 권력자가 자신의 정적에 부패의 멍에를 씌워 법의 이름으로 공격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효과적인 공격이다. 문재인 정권의 적폐 청산,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의 적폐 낙인 찍기도 공동선과 공동 가치에 반하고 있다는 부패 이미지를 이용하고 있다. 법치가 인치로 변하는 순간, 부패와 독재가 독버섯처럼 자란다. 문 정권이 법을 앞세워 행한 폭정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윤 대통령이 최고 가치를 부여하는 자유도 위태로워진다.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제국 흥망사’에서 부패는 자유가 병들었을 때 나타나는 가장 확실한 증상이라고 했다. 다양성과 유연성이 경쟁력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검찰 편중 인사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 ‘윤검네’와 ‘꼬꼬검’이 법치와 자유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