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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경의 '우주여행 2022'

“우주인이 되려면 나사에 들어가야 하나요?”

아이들에게 강연할 때면 종종 듣는 질문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몰라도 나사(미 항공우주국)는 안다. 사람을 달에 보냈고 화성에 보낼 것이며, 태양계 너머에 보이저도 보냈으니 ‘우주 = 나사’의 공식이 성립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나사는 1958년 만들어졌다. 1957년 구소련에서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자 충격에 휩싸인 미국이 우주 개발 전담 조직을 설치한 것이다. 인공위성을 우주로 올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발사체, 즉 로켓이다. 사실 2차 대전 후 베른헤르 폰 브라운 박사를 중심으로 한 독일의 로켓 과학자들을 데려간 곳은 구소련이 아니라 미국이었다. 나치 독일의 V2 로켓 기술을 사용해 탄도 미사일이나 우주용 로켓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폰 브라운 박사팀은 한동안 우주용 로켓 개발에서 배제됐고 스푸트니크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합류한다.

구소련은 조금의 여유도 주지 않고 스푸트니크 2호에 개 ‘라이카’를 태워 보냈고, 이어서 우주인 ‘유리 가가린’까지 최초로 우주에 보내는 데 성공한다. 이때 폰 브라운 박사는 당시 부통령이던 린든 B 존슨에게 편지를 보내 사람이 달에 착륙하고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것만이 미·소 우주 개발 경쟁의 판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전한다. 그 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의회연설에서 1960년대가 가기 전에 사람을 달에 보낼 것이라고 천명한다. 우리가 아는 아폴로 프로그램의 시작이다. 그리고 폰 브라운 박사는 사람을 달로 보낼 수 있는 거대한 로켓, ‘새턴 V’를 개발한다.

아폴로 프로그램은 미·소 우주개발 경쟁에서 미국에 승리를 안겨 주고 끝났지만 동시에 본격적인 우주 개발을 시작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협력해 국제 우주 정거장을 건설했고, 여전히 사람과 화물을 여기로 실어 나르는 중이다. 지구 주위를 돌며 날씨, 해양을 관측하는 인공위성은 물론이고 태양뿐 아니라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태양계 행성에도 탐사선을 보냈다. 화성에서는 탐사선 외에 착륙해서 곳곳을 돌아다니는 로버(rover)도 활약 중이다. 민간 기업이 우주 개발에 참여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렸다고는 하지만 우주 개발에는 막대한 예산과 국가 단위의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지난해 초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보낸 화성 탐사선 ‘아말’(hope)이 무사히 도착해 화성의 오로라 사진을 보낸 것이다. 아랍에미리트는 2009년 한국 기업 쎄트렉아이와 함께 개발한 위성 ‘두바이샛’ 발사를 계기로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 우주 개발국이었지만 2014년 화성 탐사 계획을 발표할 때도 많은 사람이 반신반의할 정도로 우주 기술 수준은 높지 않았다. 그들은 해냈다. 석유 의존 경제에서 비롯한 미래에 대한 위기감이 우주 산업을 국가 미래의 동력으로 삼게 했고 강한 추진력을 불어넣었다. 철학과 비전이 불과 6년 만에 ‘아말’의 성공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미래지향적이고 체계적인 우주 개발을 위해 전담 조직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고,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각 후보가 우주 개발 총괄 부처 설립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한국의 나사가 될 항공우주청의 역할은 무엇인지 전혀 들리지 않는다.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