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빙빙빙 빙수’

이미지 크게보기 빙빙빙 ‘초코좋아 초코빙수’.

이미지 크게보기 빙빙빙 ‘크랜베리빙수’.

빙수의 계절이 다가옵니다. 해마다 오르는 호텔 빙수 가격은 ‘논쟁적’이지만, 사람들은 그 맛을, 그 트렌드를 경험하기 위해 스스럼없이 줄을 섭니다. 취향에 따라 ‘나만의 빙수 맛집’이 매년 새롭게 리스트업되기도 합니다. 깔끔하게 얼음만 갈아서 시럽이나 과일청을 더해 맛을 내는 청량한 빙수부터 우유와 약간의 소금, 물로 얼음을 제조해 만드는 밀크 빙수까지 수십 가지 아니 수백 가지의 빙수 레시피가 사랑 받는 여름입니다. 올여름에는 각각 다른 스타일의 빙수들을 소개하려 마음을 먹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있습니다.

서울 청담동 대로 뒷변 골목에 자리 잡은 ‘빙빙빙’은 작은 규모의 공간이지만 아주 잘 관리된 주방과 기물을 가지고 있는 ‘빙수계의 노포’입니다. 지금은 ‘백세식당’이라고 이름을 고쳐 건, 한식당 ‘나물 먹는 곰’의 자매 브랜드로 처음에는 홍대 쪽에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2013년 청담동으로 진출한 빙빙빙은 저와 제 조카가 하원길에 자주 들르곤 하는 단골집이기도 합니다. 청담동 스트리트를 채우고 있는 힙한 카페들의 세련되고 복잡한 구성의 빙수가 아닌 1인 8800원의 간결하고 깔끔한, 그리고 무엇보다 위생적으로도 관리가 잘되고 있는 곳입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부드러운 밀크빙수, 고전적인 팥빙수도 좋지만 쌉싸름한 요거트빙수, 아이셔라 레몬빙수, 초코좋아 초코빙수와 같은 마니아층이 있는 메뉴도 아주 좋습니다. 빙질이 깨끗하게 긁어낸 셔벗 같은 느낌이며 1인 빙수 양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아 사이좋게 다른 메뉴로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클래식한 메뉴들 외에 계절 빙수로 핫한 크랜베리빙수도 대단하나 포도빙수도 추천하고 싶은 맛입니다. 셔벗 같은 이 느낌의 빙수는 교토(京都)의 살롱 드 무게나 하와이에서 맛보는 색소 시럽의 또렷한 컬러의 빙수처럼, 일본 스타일에 가까이 닮아 있습니다.

이미지 크게보기

주재료가 되는 팥이나 딸기, 석류, 포도, 감귤 등의 과일청은 직접 유기농으로 준비합니다. 그래서 꼭 빙수가 아니라도 에이드나 티의 인기도 좋습니다. 10여 년 전 처음 오픈했을 당시만 해도 ‘나물 먹는 곰’의 1930년생 차씨 할머니의 레시피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고 홍보했던 기억이 납니다. 꾸준히 업을 이어간다는 일, 그 브랜드의 퀄리티가 잘 유지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빙빙빙의 작은 공간에 들어서면 4∼5개의 테이블에 옹기종기 앉아 빙수를 즐기는 다양한 세대의 손님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빙수가 나오는 쟁반을 한 번 유심히 살펴보게 됩니다. 나뭇결이 벗겨진 모양새가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지만 그것이 불편치 않습니다. 단순히 낡아 빠진 기물의 의미로만 기억되는 것이 아닌, 매일, 매번 잘 닦아내고 아껴 사용하고 있는 여사장님의 고집스러운 관리로 다가옵니다.

조카와의 하원길이나 친구와의 시원한 브레이크 타임에 들러 한 그릇 사이좋게 먹고 일어날 수 있는 이 청량하고 달콤한 빙빙빙의 빙수를 올해는 몇 번이나 먹게 될지 또 궁금해집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5-29 / 월∼일 12:00∼22:00 / 070-4177-7191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