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로커’ 수진役 배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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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전 대본보며 뉘앙스 파악
영아매매 쫓는 형사 감정 이해

고레에다 감독과는 13년 인연
그는 이미 완성형…내겐 No.1

담대·절제된 아이유 연기 좋아
송강호 선배 수상 내가 더 기뻐

“고레에다 감독님은 제 넘버원(No.1)입니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영화 ‘브로커’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에 대해 주연을 맡은 배우 배두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번 영화제에 ‘브로커’ 외에도 또 다른 주연작 ‘다음 소희’가 초청받았으나 미국에서 잭 스나이더 감독의 ‘레벨 문’ 촬영 관계로 참석하지 못했다. 그런 그를 위해 고레에다 감독은 절친한 배두나의 사진을 재킷 안주머니에 넣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8일 미국에서 화상으로 문화일보와 만난 배두나는 “2009년 ‘공기인형’을 찍으면서 고레에다 감독님과 만나 좋고 값진 경험을 했다. ‘브로커’를 통해 ‘공기인형’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셨다 말씀하셨는데, 그때부터 감독님은 저의 넘버원이었다”면서 “이미 완성형이었고 존경하는 감독님이다.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배우와 스태프를 대할 때 존중하는 모습 등이 예전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배우 배두나는 영화 ‘브로커’에서 영아를 불법 매매하는 브로커 일행을 쫓는 형사 수진 역을 맡았다. 연출자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는 ‘공기인형’ 이후 13년 만에 다시 만났다.

‘브로커’는 영아 불법 매매를 둘러싸고 대안 가족을 형성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배두나는 그들을 현행범으로 붙잡기 위해 뒤를 쫓는 형사 수진역을 맡았다. 수진이 가진 감정의 디테일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배두나는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고레에다 감독이 쓴 일본어 대본도 구해 읽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본어 대본을 받았고 힌트를 얻었다. 활자만 보고 어떤 사람의 인생이 실제 있는 것처럼 연기해야 하는 입장에선 어떻게든 그 속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면서 “일본어 원본에는 말줄임표가 있었다. 약간의 뉘앙스나 번역 과정에서 우리나라 식으로 맞게 바뀐 부분이 있었는데, 일본어 대본에선 ‘이런 뜻이구나’ 하고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배두나는 극 중 미혼모 소영역에 배우 겸 가수 이지은(아이유)을 섭외하는 과정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커’ 출연 제안을 받은 이지은은 배두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조언을 구했고, 출연을 독려했다. 당시 배두나가 보낸 장문의 메시지를 받고 이지은은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이지은이) 울었다는 것은 저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너스레를 떤 배두나는 “그동안 하고 싶었던 얘길, 낯간지러워서 못한 말을 했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의 20% 정도밖에 못 한 것 같긴 한데 먼저 마음을 열고 문자를 줘서 저도 같이 마음을 열고 답장했다”면서 “제가 조언한 건 ‘무조건 감독님께 믿고 맡겨라’, ‘감독님을 믿고 가면, ‘이게 맞나’ 싶어도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처음 조언을 구할 때 ‘무조건 해야죠!’ 딱 그랬다. 무릎을 칠 정도로 잘하겠다 싶었는데, 내가 이지은의 연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담대하면서도 절제돼서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배두나는 이 영화로 한국 남자 배우 최초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에 대한 축하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두 사람은 영화 ‘괴물’을 비롯해 ‘복수는 나의 것’, ‘마약왕’ 등 무려 네 편을 함께 한 절친한 사이다. “기사를 보자마자 문자를 드렸다”는 그는 “속보가 뜨자마자 문자를 드렸는데 아직 답장은 없으시다, 너무 축하를 많이 받으셔서(웃음) 아니면 제가 외국에 있어서 전달이 안 됐을 수도 있다”면서 “선배님은 너무 대단하시다. 선배님과는 네 작품을 같이 했는데 제가 선배님과 작품을 가장 많이 한 여배우라더라. 스물한두 살부터 옆에서 뵀던 선배님이신데 온 영혼을 다 바쳐서 영화를 한 편 한 편 만드시는 걸 봐왔으니까 정말 기뻤다”고 재차 축하의 뜻을 밝혔다.

한편 배두나 외에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 등이 출연한 ‘브로커’는 지난 8일 국내에서 개봉했다. 개봉 첫 주 77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