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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19년 8월 9일 서울 종로구 원로연예인상록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송해 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민 MC’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렸던 한 분, 송해 선생님이 10일 영면에 들었습니다. 평생을 해로한 아내 석옥이 여사(2018년 별세)의 곁에 몸을 뉘이며, 95년 만에 휴식을 취하게 됐죠. 이를 두고 절친한 후배 방송인 이상벽 씨는 “이제 좀 쉬어도 된다는 하늘의 명령”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인은 필자가 기자 활동을 시작한 후 17년 내내 주요 취재원이었습니다. 당대를 주름잡는 톱스타라고 할 순 없지만, 가장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고 존경하며 또 궁금해하는 인물이었죠. 항상 그 자리에서 반짝이며, 가장 롱런한 스타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선생님에 대한 두 번의 남다른 기억이 있습니다. 2011년 ‘송해 빅쇼’를 시작하며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였죠. 필자를 비롯한 여러 기자들이 행사를 마치고 줄을 지어 한 명씩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요. 취재진이 이처럼 팬미팅을 방불케하는 장면을 연출한 건 이례적이죠. 이 때 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기자 양반들이 왜 이리 사진을 찍자고 하실까? 왜? 오늘 아니면 나랑 또 사진 찍을 기회가 없을까봐? 걱정마슈. 100세까지 할 테니까.”
그후로 현장에서 만나도 송해 선생님께 “사진 찍자”고 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정정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던 선생님의 그 말씀을 찰떡처럼 믿었으니까요.
2013년에도 잊히지 않는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KBS는 재정 위기로 인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는데요. 그 때 ‘전국노래자랑’의 간판이셨던 선생님은 먼저 나서서 출연료를 삭감하셨죠. 당시 취재했던 기억으로는, 그 때도 선생님은 다른 MC들과 비교할 때 과한 출연료를 받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KBS의 상징적인 프로그램의 얼굴인 선생님의 솔선수범은 다른 출연진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죠. 10일 선생님을 모신 운구차가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노제를 지내고, 김의철 KBS 사장이 나와 추도사를 한 것은 대한민국 방송가의 산증인이자 시대의 아이콘이 저무는 것에 대한 예우였던 셈입니다.
코로나19가 선생님을 앗아간 것 같은 야속한 생각도 듭니다.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며 전국을 돌던 선생님은 항상 정정하셨죠. 하지만 2020년 초 야외 녹화가 중단되고 선생님의 운동량은 크게 줄어들었는데요. 오히려 휴식의 기회가 늘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 차례 입원 치료를 받을 정도로 건강은 악화됐습니다. 게다가 지난 3월에는 코로나19 확진 판정까지 받았는데요. 이후 선생님은 주변에 “후유증이 있다”면서 체력적 어려움을 호소하곤 했습니다. 얼마 전 34년을 맡아 온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이어가기 어렵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 역시, 자신의 몸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제작진과 시청자들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선생님의 배려가 담긴 결정이었죠.
선생님의 별세 소식과 함께, 이렇게 또 한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이승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저승에서의 임무를 시작하지 않을까요? “‘전국노래자랑’을 마치고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천국노래자랑’을 진행하실 것”이란 절친한 후배 이용식 씨의 애도사가 가볍게 들리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삼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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