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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씨에위티엔(37·중국), 김주리(여·31)

7년 전, 저(주리)는 중국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근무 중 주어진 일을 해결하기 위해 담당 직원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길어진 대기에 지쳐가던 그때, 드디어 담당 직원이 다가왔습니다. 곰돌이 푸처럼 푸근한 인상을 가진 남자, 지금의 남편이었죠. 남편은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더니 저에게 물었어요. “배고프지 않으세요? 차 한잔하실래요?”

얘기를 나눠보니 남편의 한국어 실력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평소 언어 공부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남편에게 궁금증이 생겼죠. 그날은 번호를 주고받고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그날 이후, 남편은 적극적으로 다가왔어요. 함께 점심을 먹자고 연락하거나 커피를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남편의 친절에 저의 마음도 서서히 열려갔습니다. 그렇게 서로에게 가까워지고 있던 어느 날이었죠. 저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바로 제가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는 건데요. 알고 보니 제가 집을 계약한 상대는 집주인이 아닌 중개인이었고, 그 중개인이 집세를 받고 잠적한 것이었습니다.

망연자실한 저에게 남편이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당장 제가 머무를 수 있는 안전한 집을 골라주었고, 주말마다 잠적한 중개인을 찾으러 다녀주었죠. 비록 중개인은 잡지 못했지만, 저는 새집에서 안정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힘든 순간을 지나고 보니 알겠더군요. 이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는 걸요. 얼마 지나지 않아 저희는 연인이 됐습니다.

2017년, 저희는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당시 저는 26살 어린 나이였지만 남편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첫 만남부터 저와 결혼을 꿈꿨다는 남편은 결혼식 날, 평생의 소원이 이뤄지는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19년, 저희는 제 고향인 제주도로 옮겨왔습니다. 남편에게 제주도의 숨은 명소를 소개해주는 게 제 새로운 취미가 됐죠. 이젠 남편에게 제가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어요.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