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습니다 - 신영민(33), 김한글(여·33)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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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어르신께서 좋은 혼처가 있다고 만나보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자칫 집안끼리 서먹해질 수 있고, 결혼을 전제로 만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시는 분들도 있을 거 같아요. 저(한글)와 남편 역시 그랬습니다. 32세였던 지난해 제 고모할머니께서 계모임에서 만난 지인의 아드님이 좋은 신랑감인 거 같다고 만나보라고 하셨어요. 남편은 시어머니께서 만남을 권유하셨고요. 저희 둘 다 번호만 받아놓고 ‘아, 만나기 싫다’고 생각했어요. 억지로 건조한 메시지만 주고받았죠. 그런데 일주일 뒤 실제로 만났을 때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세미 슈트를 입고 등장한 남편 첫인상이 너무 멋진 거예요. 키가 그렇게 크진 않지만, 얼굴이 작고 비율이 좋은, 제 이상형이었습니다. 남편 차 조수석에 예쁜 꽃 화분과 과립형 비타민 ‘레X나’가 놓여 있었어요.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프러포즈는 제가 먼저 했어요. 둘의 영상을 틈틈이 휴대전화로 편집하고 명품 지갑과 키링을 선물로 준비했어요. 어느 날 남편 집에서 남편이 씻고 있는 동안 방 안에다가 영상을 틀고 선물도 전시했어요.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간 남편은 한동안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방을 확인했더니 조용히 눈물을 훔치고 있더군요.

남편의 답 프러포즈도 기억에 남아요.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을 남편 집에서 함께하고 있었는데요. 밤 11시에 남편이 쓰레기에서 냄새가 난다고 같이 버리러 나가자고 했어요. 추레하게 옷을 입고 집을 나섰는데 지하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더니 트렁크에서 뭘 좀 꺼내 달래요. 자신은 양손에 쓰레기를 들었으니 도와달라고요. 트렁크를 열었더니 화려하게 놓인 꽃들과 현금다발이 눈에 가득 찼습니다. 홀로 반차를 써서 이벤트를 준비했을 남편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찡하기도 했어요.

결혼 후에 아주 좋은 일도 생겼습니다. 신도시 아파트 청약에 떡 하니 당첨된 겁니다. 연애, 결혼, 청약 당첨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지난 1년이었습니다. “자기, 우리 마주 잡은 두 손 놓지 말고 잘 살아가 보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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