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칸의 두 남자 28일(현지시간)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 후 박찬욱(사진 왼쪽)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상패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CJ ENM 제공

■ 韓영화, 칸국제영화제 2관왕

박찬욱 감독상·송강호 男주연상
막대한 제작비에 맞선 스타파워
글로벌 협업… 韓영화 영역 확장

내년초 아카데미 시상식 앞두고
CJ와 ‘오스카 캠페인’ 홍보 주목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과 ‘브로커’의 배우 송강호가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으면서 한국 영화, K-콘텐츠는 또다시 도약했다. 특히 ‘헤어질 결심’은 탕웨이가, ‘브로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함께한 ‘다국적 작품’이라는 점에서 한국영화는 ‘로컬 K’에서 벗어나 다양한 국적의 감독, 배우를 끌어당기며 지형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또 6월 국내 개봉하는 두 작품 모두 북미 유력 배급사와 손잡고 미국 개봉 후 내년 초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겨냥하는 오스카 캠페인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한국 영화의 시대’는 보다 가속화될 전망이다.

◇K의 지형 확장 = 이번 수상으로 한국 영화의 역동성이 또다시 증명됐다. 배우 송강호도 수상 후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한국) 문화콘텐츠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숱한 고난과 역경의 역사, 응축된 다양한 사회 모순, 그러면서도 사회 전반의 역동성이 전 세계 공감을 얻은 요인으로 꼽고 있다. 무엇보다 두 작품의 ‘글로벌 협업’은 큰 의미를 갖는다. 글로벌 시장에서 협업은 새로울 게 없지만 한국 영화 경우, 할리우드 같은 막대한 제작비의 힘이 아니라 ‘맨파워’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특별하고 독보적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영화의 강점은 스타 감독과 스타 배우”라며 “앞으로 한국 배우들이 외국 작품에 출연하고, 한국 감독 작품에 외국 배우들이 나오는 흐름이 더 일반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한국 영화가 ‘한국’이라는 지역성 안에 머물렀다면 외국 배우나 감독들이 이 자장 안에 들어와 작업하면서 내용적이든 기술적이든 한국 영화의 지평은 급속히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스카 캠페인 = 아카데미 시상식 출품작은 직전년도 1년 동안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 극장에서 1주 이상 연속 상영된 영화를 기준으로 한다. ‘브로커’는 ‘기생충’의 북미 배급을 담당했던 네온과 손잡았다. 네온의 톰 퀸 대표는 ‘브로커’ 공식 상영 직후 “고레에다 감독이 또 해냈다. ‘브로커’는 나를 눈물짓게 했고 우리 인생에서 ‘무엇’이 있는지가 아닌 ‘누가’ 있는지를 다시 깨닫게 해주었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미 전 세계 192개국에 선판매된 ‘헤어질 결심’의 북미와 영국·터키·인도 배급은 무비(Mubi)가 맡는다. 무비의 케이트 케인은 “또 하나의 마스터피스(명작)가 탄생했다. 박찬욱은 단연 현시대에 존재하는 최고의 스토리텔러이자 비범한 감독”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진행되는 ‘오스카 캠페인’을 둘러싼 관심과 궁금증 또한 커지고 있다. ‘기생충’의 경우 2019년 5월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후 8월 미국 텔루라이드 영화제부터 본격적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치열한 홍보전으로 유명한 오스카 캠페인에 뛰어들어 미국 전역을 돌며 ‘기생충’을 홍보한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 등에 크게 못 미치는 예산 대신 열정으로 뛰면서 인터뷰 600개, 관객과의 대화 100회 이상을 나누며 코피까지 흘렸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아카데미 시상식 투표권을 가진 8000여 명의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 영화 알리기로 천문학적인 자본이 투입된다. 미국 포브스지가 지난 2018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들은 매년 아카데미 캠페인에 평균 1억 달러(약 1250억 원)를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생충’의 오스카 캠페인에는 투자배급사인 CJ ENM이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 오스카 캠페인의 키 역시 투자배급사인 CJ ENM이 쥐고 있다. 자본의 힘 없이 아카데미 공략은 어렵기 때문이다. CJ ENM 관계자는 “오스카 캠페인에 대해 결정된 바는 없지만, 곧 준비에 착수할 것”이라며 “‘기생충’ 때 노하우로 더 효율적인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안진용·박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