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구옥희가 2010년 7월 강원 원주 센추리21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시니어투어에 출전했을 당시의 모습. KLPGA 제공

■ Golfer & Record - LPGA 한국인 첫 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은 총 203승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BMW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고진영이 200번째 우승 트로피를 든 이후 고진영이 2승, 김효주가 1승을 추가해 누적 우승 횟수는 203승으로 늘었다. 그렇다면 LPGA투어에서 역대 최초로 우승한 한국 선수는 누구일까. 주인공은 바로 구옥희다.

구옥희는 1988년 3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문밸리컨트리클럽(파73)에서 열린 스탠더드 레지스터 터콰이즈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당시 구옥희의 성적은 합계 11언더파 281타로 도티 페퍼(미국)와 오카모토 아야코(일본)를 1타 차로 제쳤다. 구옥희는 4일 동안 언더파를 지켰다. 1라운드 2언더파 71타를 시작으로 2라운드 5언더파 68타, 3라운드 3언더파 70타로 순위를 끌어올렸고, 마지막 4라운드는 1언더파 72타였다.

그러나 구옥희의 우승 소식은 당시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고국에서는 국민 대부분의 관심이 서울올림픽 개최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세리가 1998년 5월 맥도날드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구옥희의 우승은 미국 본토에서 한국 선수가 거둔 유일한 우승 기록이었다. 1994년과 1995년 고우순이 도레이재팬퀸스컵에서 우승하며 한국 선수의 LPGA투어 2호, 3호 우승 기록을 세웠지만 당시 대회는 일본에서 열렸다.

구옥희는 LPGA투어에서 첫 승을 거둔 이후 추가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대신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로 돌아가 2005년까지 꾸준하게 우승을 추가했다. 구옥희의 프로 통산 우승은 44회다. LPGA투어 1승과 함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20승, JLPGA투어에서 23승을 거뒀다. 구옥희는 자신의 프로 통산 마지막 우승이었던 2005년 6월 JLPGA투어 서클K선크스레이디스오픈 당시 49세 나이로 쟁쟁한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화제가 됐다.

구옥희는 1978년 5월 경기 양주의 로얄컨트리클럽(현 레이크우드컨트리클럽)에서 13명이 참가한 프로테스트를 통과해 한국 골프 역사상 최초의 여성 프로골퍼가 됐다. 당시 테스트는 이틀간 열렸고, 강춘자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 대표가 155타로 1위, 한명현과 구옥희가 156타, 안종현이 161타를 기록해 프로골퍼의 칭호를 받았다. 구옥희는 국내에서 활약하던 중 1983년 한명현과 함께 JLPGA투어 출전권을 손에 넣었고, 이듬해 3월 기분레이디스클래식에서 일본 무대 첫 승을 거머쥐었다.

구옥희는 2004년에 KLPGA투어 명예의 전당 1호 헌액자의 영광을 맛봤다. 2013년엔 국내 골프 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으로 체육훈장 맹호장(2등급)이 추서됐다. 행정가로도 변신해 1994년부터 2010년까지 KLPGA투어 부회장을 지냈고 2011년에는 회원 투표로 KLPGA 회장에 선출됐다. 구옥희는 2013년 7월 10일 돌연 세상을 떠났다. 조카 등과 일본 시즈오카현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드 후 숙소로 이동해 휴식을 취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골프와 인연을 이어갔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