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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 르반떼 GT 하이브리드

‘이탈리아 스포츠카’로 국내에 잘 알려진 마세라티의 첫 하이브리드 SUV인 ‘르반떼 GT 하이브리드’(사진).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켜자 마세라티 특유의 힘찬 엔진 소리가 변함없이 귓가를 때렸다. 전동화 모델이 앰프를 사용하지 않고도 배기의 유체역학 조정과 공명기만으로 마세라티 고유의 웅장한 엔진 배기음을 냈다.

엔진룸 덮개를 열어 보니 4기통 2.0ℓ 엔진과 48V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공간을 꽉 채운 채 단단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계기판에 적힌 최고 속도는 ‘시속 310㎞’로 웬만한 6기통 내연기관 차량과 맞먹는다. 신호등이 바뀌고 가속 페달을 밟자 순식간에 옆 차선 차량들을 멀찌감치 뒤로 한 채 앞서 나갔다. 시속 100㎞까지 끌어 올리는 데 걸리는 ‘제로백’ 시간은 불과 6초.

마세라티는 올해 르반떼 GT하이브리드를 선보이면서 자사 전동화 전략의 미래를 보여 주는 모델이라고 강조해 왔다.

실제로 이번 차량에 구현된 반자율주행 수준의 운전 보조 장치를 경험해 보니 내연기관차를 고수해온 마세라티에 기대했던 것 이상의 수준이었다. 앞차와의 간격에 따라 알아서 속도를 조절하면서 차선 유지를 돕는 기능 수준은 이제 내로라하는 전동화 차량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 느낌을 받았다. 스포츠카 사업체의 자존심을 접고 전동화 두 번째 모델로 르반떼GT 하이브리드를 내놓으면서 스스로 ‘혁신’의 결과물이라고 자평한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세단 못잖은 안정적인 접지력과 매끄러운 코너링도 인상적이었다. 후륜 구동 방식의 경우 주행감은 우수하나 미끄러운 눈길이나 각진 코너를 돌 때 불안정해지는 단점이 있다.

마세라티는 150밀리초(1밀리초=1000분의 1초) 안에 전륜 구동력을 순간적으로 보강해서 50 대 50으로 전체 힘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후륜 구동의 장점을 살렸다. 높은 강성의 섀시(차대)를 바탕으로 한 차체 자체는 매우 묵직했다. 하지만 낮은 무게 중심과 전후 배분으로 가볍게 움직이는 느낌을 줬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