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당첨서류로 수억 가로채

불법으로 사들인 청약통장과 임신진단서 위조, 허위 전입신고로 아파트 청약을 당첨 받고, 가짜 공급계약서 등 온갖 위·편법을 동원해 아파트에 당첨될 것처럼 속여 수억 원을 가로챈 ‘청약브로커’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부지법 형사7단독 정철민 판사는 사기, 주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33) 씨에게 징역 2년 6월을 지난달 28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B(29) 씨 등 4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2018년 김모 씨 등으로부터 청약통장과 공인인증서 등을 사들인 뒤 아파트 청약 신청자에게 이를 판매했다. A 씨 등은 청약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다자녀가구 특별공급 제도와 지역 내 우선 공급 제도를 악용했다. 이들은 청약통장 명의자인 김모 씨의 부인에 대한 허위 임신진단서를 작성했다. B 씨는 PC방에서 임신진단서 스캔 사진 파일을 이용해 ‘임신 18주 3일’이라고 기재하고, 발행일자, 의료기관, 의사성명 등을 허위로 기재했다. A 씨는 ‘민원24’에 접속해 청약통장 명의자 김 씨의 주민등록을 분양대상 지역으로 거주지를 이전한 것처럼 꾸며 허위 전입신고까지 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경기 수원시 정자동 아파트를 당첨받은 A 씨는 대리계약인 박모 씨와 이모 씨에게 분양 계약을 체결토록 했다. A 씨 등은 2020년에도 다자녀가구 특별공급 제출 서류를 조작해 당첨된 아파트 분양권을 매도한다며 피해자에게 계약금 명목으로 2500만 원을 받아 가로챘다.

A 씨 등은 2019년에는 청약신청 내역 조회서, 당첨서류 등을 위조해 “당첨이 확실하다”며 박 씨 등으로부터 70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이들은 공급계약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A 씨는 송도 아파트 분양권을 팔겠다고 거짓말한 뒤 피해자들에게 분양대금으로 각각 1억600만 원, 1억3020만 원을 받은 뒤 위조한 공급계약서를 건넸다. 재판부는 “청약신청 내역조회서 등을 위조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결했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