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4월 25일 트위터를 440억 달러에 전격 인수했다고 밝혔다. 최근 20년 새 비상장사 전환 거래 중 가장 큰 규모이나, 트위터 운영 불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AP·AFP연합뉴스

■ Global Window - 머스크의 ‘트위터’·트럼프의 ‘트루스 소셜’… 여론 주도권 싸움

55조원에 트위터 삼킨 머스크
소셜미디어 만든 트럼프 저격
“트루스 소셜이란 이름은 끔찍”

유력자들의 잇단 SNS 사업에
외신 “정통미디어 인수와 달라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파워”

“자유로운 여론형성 위한 장이
특정인 입맛대로 변질”우려도

SNS인가, ‘스트롱파워(strong power)’ 네트워크 서비스인가. 개인의 자유를 상징하던 SNS가 속속 유력자들의 품으로 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트루스 소셜’을 설립한 데 이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합의한 것. 억만장자로서 부(富)도, 사회적 명예도 모두 가진 이들이 경쟁적으로 SNS 플랫폼을 거머쥐려 손을 뻗는 형국이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자신들만의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사회적 공론의 장을 식민지로 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新‘미디어 재벌’의 부활=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위터는 지난달 25일 머스크 CEO에게 자사를 440억 달러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화 약 55조7000억 원으로, 워싱턴포스트(WP)는 “요르단 국내총생산(GDP)보다 살짝 더 많은 수준”이라고 했다. 외신들은 즉각 “머스크가 새로운 유형의 ‘권력’을 갖게 됐다”고 평했다. NBC뉴스는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 전기차 회사 테슬라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플랫폼이 그의 비즈니스 제국에 들어왔다”고 했다. 브래드 들롱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교수는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것(권력)”이라며 “첨단 기술 분야의 주요 기업가가 이런 종류의 영향력을 바란 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비단 머스크 CEO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주도하는 SNS ‘트루스 소셜’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SNS 악동’으로 불리던 이들이 SNS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본격 사업에 뛰어든 셈이다. 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재벌’”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미국에서 ‘허스트 신문제국’을 만들었던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 1976년 뉴욕포스트, 2007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수한 루퍼트 머독, 2013년 WP를 사들인 제프 베이조스와는 일견 차이를 보인다. 그들이 정통 미디어를 인수했다면, 머스크 CEO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론이 저변에서부터 형성되는 ‘공론의 장’을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여론 주도권을 쥐는 싸움이라고 생각해서일까. 머스크 CEO는 트위터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기 전부터 트루스 소셜에 날을 세우고 있다. 그는 인수 계획이 공개되고 이틀 뒤인 27일 “트루스 소셜이 앱스토어에서 트위터와 틱톡을 이기고 있다”고 트위터에 올렸고, 다음날인 28일에는 “트루스 소셜이란 이름은 끔찍하다. ‘트럼펫’이 나았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듯한 글을 쓰기도 했다.

◇‘표현의 자유’ 보장될까=트럼프 전 대통령과 머스크 CEO가 들고나온 SNS 플랫폼은 다르지만, 그들은 ‘표현의 자유’를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 인수 소식 이후 성명을 내고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며, 트위터는 인간의 미래에 필수적인 문제들이 논의되는 광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트위터 중독자’로 불릴 정도로 SNS를 자주 이용했지만, 미국 의회의사당 난입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트위터 계정이 차단되자 SNS를 설립했다. 하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표현의 자유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NYT·CNN과 같은 기성 언론이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를 보도하면 ‘가짜뉴스’라고 주장하곤 했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에 ‘#비트코인’ 등을 써 가상화폐 시장을 들썩이게 만든 바 있다. 그의 발언이 가상화폐나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의 신조어 ‘머스크 이펙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들의 약속처럼 ‘규제 없는 SNS’ 운영이 흐름을 탄다면 세계 각국의 온라인 규제가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인수 계약으로 트위터는 투자자나 규제 당국의 시선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자유로운 여론 형성의 장이 돼야 할 SNS가, 자칫 유력자와 같은 특정인의 입맛에 맞는 여론주도형 플랫폼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대럴 웨스트는 WP에 “문제는 우리가 이제 부자들의 ‘개인적 변덕’에 너무 의존하는 반면, 그들에 대한 견제나 균형 장치는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를 진보, 보수, 또는 자유주의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유력자들의 손에 수많은 개인정보가 들어간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CNN은 과거 머스크 CEO가 트위터에 “실제 인간인지 인증하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던 점을 언급하며 “인권단체들은 프라이버시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탈리아 크라피바 디지털 인권단체 ‘액세스나우’ 변호사는 “정부를 비판하거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정치적 사건을 올리면 극심한 박해를 받는 러시아와 같은 나라들이 특히 걱정된다”고 했다. 오히려 표현의 자유가 제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일부 언론인들 사이에서는 ‘트위터를 그만두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NYT 칼럼니스트인 찰스 블로는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는 그 앱이 더 ‘쓰레기통’(cesspool)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트위터와 멀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인들이 독자 또는 시청자와 직접 소통하는 창구로 SNS를 사용하곤 했지만, 모든 규제가 사라진다면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너무나 많은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