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서학개미 여파로
환율, 코로나 초기 패닉 수준

3월 가계대출 금리 3.98%
7년 10개월만에 최고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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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 번도 들어선 적 없는 1300원 선까지 임박하면서 금융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가계대출 평균 금리도 4%에 육박하고 7% 이상 금리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2일 개장 직후부터 오름세를 보이며 오전 10시 현재 1265.50원으로 전장 대비 9.60원 올랐다. 최근 원·달러 환율 고점인 4월 28일 기준으로 보면 주요 6개국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말 대비 8.1% 강세였다. 환율이 1300원 선을 돌파하는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 금융위기의 한복판이었던 2009년 3월 6일 장중 한때 원·달러 환율은 1597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점차 하향 안정세를 찾았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외환시장의 타격이 컸을 때도 종가 기준으로 2020년 3월 19일 1285.7원이 최고치였다.

환율 상승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서학개미’라 불리는 한국의 해외투자 분위기가 꼽힌다. 외환당국은 코로나19 사태인 2020년을 기점으로 서학개미의 달러 매수 규모가 연간 기준으로 10배 안팎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들어 나스닥 시장의 하락률이 두드러지면서 이를 저가매수하기 위한 달러 매수 수요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국제적인 달러 강세나 서학개미 등 여파로 최근 들어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에 상응하는 원·달러 환율 수준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100원 남짓 올라간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지난 3월 연 3.98%로, 2014년 5월(4.02%) 이후 7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월과 비교해서도 0.32%포인트 증가했다. 구간별로 금리가 7% 이상 오른 비중도 4.6%를 차지했다. 7% 이상 대출금리 비중이 4% 선을 뚫은 것은 지난 2013년 8월(4.4%) 이후 8년 7개월 만이다. 가계대출 금리가 증가한 이유로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출 규제와 함께 시중 대출금리 산정의 토대가 되는 기준금리 인상이 영향을 미쳤다. 기준금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0%로 떨어졌다가 현재 연 1.50%까지 올랐다. 금융권은 미국이 5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올라갈 경우 대출금리 역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