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도보다리 회동’ 공개 논란
“김정은, 안전 보장땐 비핵화”

북한이 선제 핵 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비핵화 의지가 없는 게 계속 드러나는 상황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도보다리 회동’에서의 대화까지 공개하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여전한 신뢰를 내비쳤다. 지난 5년간 추진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미련과 함께 지지층을 겨냥한 ‘대북정책은 실패하지 않았다’는 선언적 의미로 풀이된다. 결국 북한의 ‘말뿐인 비핵화’에 속아 넘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아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26일 JTBC에서 방송된 손석희 전 앵커와의 대담에서 2018년 도보다리 회동에서 김 위원장이 ‘안전만 보장되면 비핵화를 할 수 있는데 미국의 불신이 심하다. 어떻게 이를 해소할까’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같은 날 공개된 북한의 열병식 사진에는 다양한 핵무기 운용 수단이 확인됐다. 김 위원장이 ‘핵이 전쟁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돼 있을 수는 없다’며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과 맞물려 지난 5년간 북한이 핵 개발에 계속 공을 들여왔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그러면 5년간의 평화는 어디 날아갔나”라며 “(남북관계 진전이) 성사되지 못한 데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누가 평화와 안보를 잘 지켰나. 진보정부가 훨씬 잘 지켰다”며 “막연히 진보는 안보에 무능하다고 딱지를 붙이는 것”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북한에 더 강하게 대했어야 한다는 지적에는 “군사 충돌 없이 응징하거나 제재할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게 현명한 길인가”라고 맞받았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비판도 거리낌 없이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대담에서 “윤 당선자가 (대선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얘기한다거나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고친다는 거친 표현을 쓰는 것은 국가 지도자로서 적절치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서는 “국가의 백년대계인데 어디가 적절한지 등을 두고 여론 수렴도 해보지 않았다”며 “개인적으로 저는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이 청와대를 향해) 구중궁궐 자기들이 했던 시대의 행태를 그대로 프레임으로 덮어씌운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조직이 필요한 이유가 있는데 잘 알지 못한 채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하면, ‘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반대를) 하는 게 (현직 대통령의) 의무”라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27일 “퇴임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책무에 집중해주실 거라고 믿고 부탁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