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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이제 대중문화를 넘어 ‘K-헤리티지(K-Heritage)’, 즉 전통문화로도 향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매주 월요일 해외에 나가 있거나 환수된 우리 문화재를 소개한다. 연재는 월별 주제에 따라 이뤄지며, 4월 주제는 ‘과학문화재’이다.

앙부일구(仰釜日晷)는 조선의 명품 시계로 여러 점 전해지고 있다. 그중에 독특한 구조로 간편하게 제작한 앙부일구(사진·조선·국립농업박물관 제공) 명품 해시계가 독일 부퍼탈 시계 박물관(Wuppertal Watch Museum)의 소장품으로 보관되다가 2000년대 초에 개인 소장자에게 판매됐다. 그 후 스키너(Skinner) 옥션에 출품되는 등 해외를 돌다가 2021년 11월 경매를 통해 대한민국 국립농업박물관(2022년 하반기 개관 예정) 소장품이 됐다.

이 유물은 높이 15㎝ 지름 32.4㎝ 중량 10.9㎏이며, 일반적인 앙부일구와 같이 시각선(時刻線)을 1각(刻·오늘날 15분) 단위 눈금으로 구분했다. 시간을 표기하는 반구 주위에 방위(方位) 표기를 생략하고, 농사의 적절한 때를 알려주는 24절기(節氣)를 나타내는 절기선은 모두 11개로 선이 2개 없다. 그 이유는 태양의 높이 변화가 작은 하지(夏至)와 동지(冬至) 전후로 절기 사이에 간격이 너무 좁아서 두 절기선을 합쳐 11개의 선으로 간소화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4개의 십자 형태 밑받침이 사용되지만, 이 유물은 3개의 밑받침이 중심과 연결돼 있고 받침 끝에 3개의 용주(龍柱)가 반구를 받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밑받침에는 홈이 뚫려 있는데 물을 부어서 받침과 앙부일구의 수평을 맞출 수 있고, 수로(水路)처럼 통하도록 제작된 것이다. 또한, 모든 부품이 제 위치에 온전하게 잘 보존돼 있다.

이 앙부일구는 해시계의 기능뿐만 아니라 정교하게 제작된 영침(影針)과 용주의 솜씨가 뛰어나고 작품성이 높다. 예술적인 우아함을 겸비하고 있으며, 은사(銀絲)를 누입(鏤入)한 품격 있는 우리 문화재다.

이용삼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명예교수

(전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