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대환대출 제공” 미끼
2019년 6398억 → 작년 7744억
50대 37% … 40·60대 뒤이어

인천에서 학원을 운영 중인 김모(45) 씨는 지난달 2일 자신을 제1금융권 직원이라고 소개한 A 씨로부터 대환(對還)대출과 생활 자금을 초저금리로 빌려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빚 4000만 원에 올해 초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 폭증으로 수강생마저 급감해 생활이 어려웠던 김 씨는 대출을 진행했고, A 씨가 문자로 보내온 앱을 통해 신청서를 작성했다. 불법 앱으로 김 씨의 개인정보를 캐낸 A 씨는 “기존 저축은행 빚을 갚지 않으면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압박한 뒤 공범 B 씨를 전국은행연합회 직원이라고 속인 후 1000만 원을 현금으로 받아냈다. 김 씨는 모든 절차를 마쳤음에도 약속했던 대출금이 입금되지 않자 뒤늦게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휴대전화에 있던 앱과 통화 기록 등은 이미 자동으로 삭제된 후였다. 김 씨는 “상황이 절박하다 보니 제1금융권이라는 말에 잠시 정신이 혼미해졌다”며 “보이스피싱은 단순한 사기가 아니라 가정을 무너뜨리고, 피해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잔인한 범죄”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출사기형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65% 급증하는 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빚으로 코로나19 국면을 버티며 한계 상황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초저금리 대출’ 등을 앞세운 피싱 전화·문자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피해를 입고 있어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금희(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보이스피싱(기관사칭형+대출사기형)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9년 3만7667건이었던 피해 건수는 2021년 3만982건으로 6685건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피해 금액은 6398억 원에서 7744억 원으로 늘었다. 대출사기형 보이스피싱의 경우 피해액이 2019년 3892억 원에서 2021년 6003억 원으로 64.8% 증가했다.

고령층의 대출사기형 보이스피싱 피해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의 나이를 보면 지난해에는 50대 피해가 37.70%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25.86%), 60대(18.18%), 30대(10.52%), 20대 이하(5.04%), 70대 이상(2.70%)순이었다. 다만 2019년과 비교하면 50대(3.37%포인트), 60대(6.37%포인트), 70대 이상(1.55%포인트)의 피해 비중이 모두 올랐다. 양 의원은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시기에 자영업자들의 이자 고민을 이용한 대출 관련 보이스피싱이 두드러지고 있는 만큼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