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송재우 기자

■ 글로벌 포커스 - 우크라 전쟁 두달… 美, 중·러 견제 본격 시동

- 전통 동맹 韓·日과 결속 재확인
내달 亞·太 대면 정상외교 가동
내달말엔 韓과 정상회담 가능성

- 아세안·남태평양 국가들 포섭
아세안 10개국 정상 美초청 회동
美 고위급, 솔로몬 제도 등 급파

- 美 주도 새 경제동맹 IPEF 구상
韓·日·호주에 대만도 참여 거론
경제안보를 군사안보 수준 도모

우크라이나 전쟁이 두 달 가까이 장기화하면서 미국 외교정책의 무게추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다시금 옮겨오는 모양새다. 역내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한 ‘반(反)러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함과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틈타 영향력을 넓혀 온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세력 확장에 본격 시동을 걸겠다는 의도다. 지난 11일 인도와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대(對)러 제재 동참을 촉구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청사진을 공개한 지 석 달쯤 지난 오는 5월 초부터 이 지역에서 대면 정상 외교를 가동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특히 △한국·일본 등 전통적 동맹국과의 결속 재확인 △중국과의 전략 경쟁 요충지로 꼽히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에 대한 적극적인 포섭 △솔로몬제도 등 친(親)중 성향이 짙어진 남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회유 등으로 전략을 세분화해 아·태 지역을 3면으로 공략할 전망이다. 유럽에선 열전(hot war)이 계속되는 동안, 아·태 지역에선 신냉전(new cold war)의 성격이 강한 ‘제2의 전장’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美, 5월 방한 전후 전통 동맹 다지고 동남아·태평양과는 관계 재건 안간힘 = 먼저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국가들의 관심은 단연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 일정으로 모아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5월 24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정상회의 참석 직전 한국을 방문, 새 정부 출범 이래 역대 가장 빠른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북한이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이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일인 오는 25일 대규모 열병식 준비까지 나선 상황에서 미 대통령이 한국을 직접 찾아 동맹 강화 의지를 다지는 것은 한반도 안보 지형에 적잖은 의미를 갖게 될 전망이다. 또 이번 회담은 미 대통령의 전통적인 순방 일정과 달리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게 된다는 점, 1993년 빌 클린턴-김영삼 대통령 때 이후 29년 만에 한국 대통령의 방미보다 미 대통령의 방한이 먼저 이뤄진다는 점 등 그 자체로도 역사적 의의가 상당하다.

동북아시아 순방에 앞서 같은 달 12~13일 바이든 대통령은 아세안 10개국(브루나이·캄보디아·인도네시아·라오스·말레이시아·미얀마·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 정상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한다. 미국·아세안 수교 45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특별’ 정상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3년 연속 아세안 정상회의에 불참하면서 헐거워진 양측 관계를 다시 조이겠다는 목적이 강하다.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것으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충격으로부터의 회복 △보건 안보 △기후위기 대응 △광범위한 경제성장 △양성평등 촉진 △인적 교류 확대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주제들이 폭넓게 다뤄질 전망이다.

아울러 미국은 최근 중국과 안보협정을 체결한 솔로몬제도 등 남태평양 섬나라들과의 관계 다지기에도 주력한다. 아시아 전략을 총괄하는 ‘아시아 차르’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과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차관보 등이 포함된 고위급 대표단을 오는 22일 솔로몬제도·피지·파푸아뉴기니 등 3개국에 급파, 중국을 정면으로 견제하고 나선 것. 솔로몬제도의 머내시 소가바레 총리는 해당 조약이 “호주와의 기존 양자 안보 협정을 보완하는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미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은 일제히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지역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29년 만에 솔로몬제도에 대사관을 재개설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주 솔로몬제도 정부 측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美 전략의 핵심 도구는 IPEF…대만 동참하며 中과의 ‘경제 전쟁’ 본격화하나=미국의 아·태 지역 공략 전략은 한국이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핵심 줄기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처음 밝힌 IPEF는 공급망, 인프라, 탈탄소화, 공정 무역 등 전 분야에서 윤석열 차기 정부가 강조한 ‘경제 안보’를 군사안보에 준하는 수준으로 도모한다는 차원의 구상이다.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7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서 탈퇴한 미국이 5년 만에 야심 차게 내놓는, 새로운 차원의 ‘경제 동맹’인 셈이다.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이 초기 참여국으로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미·중 패권 경쟁의 최전선인 대만까지 포함돼 중국 견제 기조를 더욱 강화하는 안이 거론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존 덩 대만 최고 무역대표는 지난 19일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1시간가량 진행한 화상 회담에서 대만을 IPEF에 ‘정회원’으로 초청해 달라는 의사를 강하게 나타냈다. 대만 측은 “역내 무역은 미국과 대만 모두의 관심사”라며 양측이 이에 대해 “계속해서 접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대만의 동참이 현실화할 경우 이 지역을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중국의 강한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IPEF의 성패는 미국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인도 등 태평양 연안의 주요 경제 대국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며 “아시아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지만, 이 지역을 수년간 방관해 온 미국이 참여국들에 어떠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명확히 하는 것이 과제”라고 평했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