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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이제 대중문화를 넘어 ‘K-헤리티지(K-Heritage)’, 즉 전통문화로도 향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매주 월요일 해외에 나가 있거나 환수된 우리 문화재를 소개한다. 연재는 월별 주제에 따라 이뤄지며, 4월 주제는 ‘과학문화재’이다.

조선은 각종 해시계, 자동 물시계 등 다양한 천문시계를 창제한 시계왕국이라 할 수 있다. 그중 과학 기술의 정수(精髓)라 할 수 있는 ‘앙부일구(仰釜日晷)’는 세종 16년(1434)에 발명한 해시계다. 오목한 반구 중심에 있는 뾰족한 영침(影針)을 투영(投影)한 그림자 끝을 보면 시간을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1년 동안 하늘에서 운행(運行)하는 태양 위치 변화를 계산해 농사에 필요한 24절기(節氣)와 일출과 일몰 시각, 그리고 24방위(方位)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즉, 한양을 기준으로 한 책력(冊曆)을 담은 그릇이라 할 수 있다.

세종(世宗)은 한자를 모르는 백성을 위해 앙부일구의 시간을 12지 동물 그림으로 표기해 거리에 설치했다. 공중용(公衆用) 해시계로서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愛民精神)을 시계 속까지 가득 담고 있다. 아쉽게도 세종대 앙부일구는 다 사라졌지만, 이후에도 조선은 지속해서 명품 해시계를 제작해 왔다. 이 앙부일구(사진·조선 18∼19세기 초·국립고궁박물관 소장)는 국내에서 언제 반출됐는지 불분명하지만, 오랜 기간 해외를 떠돌다가 2020년 6월, 미국에서 경매로 매입해 국내로 환수(還收)한 것이다. 크기는 지름 24.1㎝, 높이 11.7㎝, 무게는 약 4.5㎏이고, 제작 연대는 18세기에서 19세기 초로 추정된다. 해시계 본연의 기능뿐만 아니라 영침과 용주(龍柱), 십자(十字) 받침대에 용과 거북 머리 등 탁월한 조각 문양이 있다. 정교한 은입사(銀入絲) 기법 등 공예사적으로도 기술이 뛰어나고, 예술적인 우아함을 겸비해 과학 문화재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

현재 국내 성신여대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의 앙부일구와 동일한 형태며, 보물로 지정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오늘날 서양 과학의 그늘 속에서 숨어 있던 우리 선조들의 창의적인 전통 과학 기술들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이용삼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명예교수
(전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