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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포커스

내달 21일 총선… 자유당 “4연속 집권” - 노동당 “정권 탈환”

3년 임기 꽉 채운 모리슨 총리
두터운 지지 힘입어 연임 도전
산불·코로나 미흡한 대응으로
野 노동당에 선호도 밀리기도

18㎏ 다이어트 성공 앨버니즈
세련된 이미지로 호감도 높여
물가급등에 “이번엔 바꿔보자”
얼마나 유능한지 증명해 내야

호주 총선이 다음 달 21일로 확정됐다. 이번 총선에서 150명의 하원의원 중 절반인 76석 이상을 얻는 당의 대표가 향후 3년간 호주를 이끌어갈 새 총리가 된다. 현재 보수 성향의 자유당이 집권하고 있으며 스콧 모리슨 현 총리가 연임에 도전장을 냈다. 자유당이 최근 세 번 연이어 집권해온 가운데 야당인 노동당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길었던 코로나19 봉쇄에 대한 불만, 물가 및 생활비 상승, 기후변화 문제 등이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검증된 팀에 대한 신뢰’를 내세우는 모리슨 총리 대 투박한 이미지에서 세련된 이미지로 새롭게 변신한 노동당 대표 앤서니 앨버니즈의 대결이 막 시작된 지금, 한국여성기자협회가 마련한 기획취재차 들른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총선 분위기를 현지 취재했다.

◇모리슨의 승부수는 ‘검증된 팀에 대한 신뢰’= 2018년 취임한 모리슨 총리는 지난 10일 총선 일정을 발표하면서 임기를 꽉 채운 총리가 됐다. 우파 성향의 자유당과 좌파 성향의 노동당이 양강 체제를 이루며 치열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총리 교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까닭에 임기를 모두 채운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다. 최근 세 번이나 연이어 자유당이 집권했고 모리슨 총리가 3년 임기를 꽉 채웠다는 것은 자유당과 모리슨 총리에 대한 지지가 두텁다는 것을 뜻한다.

이미지 크게보기 앨버니즈 체중 감량 전 2016년 모습.

하지만 그런 모리슨 총리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들에서 노동당이 자유당을 앞지르는 것. 지난 2019년 산불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의 영향이다. 특히 그는 산불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하와이로 비밀 가족여행을 떠나 빈축을 샀고 “나는 소방호스를 잡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식의 궁핍한 변명을 해 더 큰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여기에 전 세계에서 가장 길었던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대한 불만과 코로나19 백신의 느린 보급, 또 최근 발생한 대홍수에 대한 지원이 더뎠다는 비판이 그를 향해 거세게 일고 있다. 호주 공영 ABC방송의 정치 에디터 앤드루 프로빈은 “만약 이번 선거가 모리슨 총리에 대한 찬반 투표로 치러진다면 그가 아닌 앨버니즈가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유권자들이 모리슨 총리에게서 떠나려는 것을 앨버니즈가 이미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항하는 모리슨 총리의 승부수는 ‘능력 있고 검증된 팀에 대한 신뢰’다. 모리슨 총리는 지난 11일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팀은 테스트받았고 검증됐다”며 “이번 선거는 가장 큰 경제 위기를 거치며 우리 팀이 보여준 강력한 경제적 관리 능력과 돈을 관리할 줄 모르는 야당 사이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와 가족의 번영을 지켜라’ ‘이처럼 불확실한 시기에 변화를 무릅쓰지 말라’는 게 모리슨 총리가 호주 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시드니모닝헤럴드는 분석했다.

◇앨버니즈의 세련된 ‘뉴 룩’에 큰 관심…능력 증명해야 = 지난 3∼10일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에 머무르며 호주 총선에 대한 시민들과의 대화에서 빠지지 않았던 주제는 앨버니즈의 ‘뉴 룩’(new look)이었다. 체중을 18㎏이나 감량하고 안경을 바꾸는 등 노동당 대표 특유의 내성적이고 투박한 이미지를 세련되게 바꾸기 위한 그의 노력에 많은 호주인은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었다.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의 모습에서 유능한 정치인, 내지는 기업가적인 이미지로 바뀐 것이다. 홍보 전문가인 니콜 리니는 “앨버니즈의 새로운 모습은 유권자들의 관심과 지지를 더 넓히기 위해 고안된 전략의 일부”라며 “몸매의 변화와 새로운 정장, 안경은 교외지역 어느 도로에서 볼 법한 한 아저씨라기보다는 기업가의 이미지를 더 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는 앨버니즈를 향해 “보드룸(중역 회의실)에서의 경험이 전무하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실제 모리슨 총리는 마케팅 전문가 출신이나 앨버니즈는 직장 경험으로는 은행에서 2년 근무한 게 다다. 디킨대의 정치 전문가 겸 분석가 제프리 로빈슨 박사는 “야당 지도자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항상 어렵다. 사람들은 건강과 교육 정책에 있어 노동당의 정책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지만 노동당의 가장 큰 문제는 리더십의 분위기와 스타일”이라며 “앨버니즈의 전략이 지금까지는 상당히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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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국 운영 능력을 증명하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시민들은 입을 모았다. 실제로 앨버니즈는 선거 운동 첫날 호주의 실업률 수치를 정확히 이야기하지 못해 자유당의 비난을 받고 있다. 빅토리아주 정부의 한 관계자는 문화일보와 만나 “노동당 총리 탄생을 위한 여러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앞으로 노동당이 얼마나 유능하고 국가의 발전을 위해 얼마나 더 노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니 역시 “외모에 대한 관심은 짧은 시간 내에 사라진다”며 “적극적인 선거 운동과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주 총선의 최대 이슈는 경제…치열한 각축 예상 = 호주 총선에서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역시 경제 문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봉쇄, 그에 따른 공급망 차질 등으로 호주의 물가 역시 크게 올랐다. 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3.5% 올랐으나 평균 임금은 2.3% 오르는 데 그쳤다.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위기는 호주에서 이미 존재하는 불평등을 악화시켰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적했다. 호주의 부동산 가격도 지난해 크게 상승해 지난달 발표된 호주 통계청 주거용 주택 가격 보고서에 따르면 주거용 주택 가격은 지난 12개월간 23.7% 상승, 사상 최대의 연간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도 캔버라 28.8%, 시드니 26.7% 등으로 대도시들에서의 상승률이 높았다.

여기에 대규모 산불에 이은 대홍수 등 기후 변화에 따른 기후 위기는 여당에 무척 불리한 이슈들이다. 뉴사우스웨일스(NSW)주의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이든은 “이번 총선의 분위기는 여느 때와 조금 다르다.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집값이 오르면서 노동당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선거 결과를 결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약 3주 동안 시드니 등에 기록적인 양의 장맛비가 내렸는데 이와 같은 기후 문제는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빅토리아주의 공무원 알렉스도 “세 번이나 보수당 연합이 집권했기에 이번에는 조금 바꿔보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유당의 저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전망도 있다. 지난 2019년 총선에서도 노동당이 이기는 것으로 나왔던 여론조사, 출구조사 결과와 달리 집권 자유당이 승리한 바 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