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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한빛원전 4호기 격납용기에 공극이 확인된 것은 공교롭게도 현 정부 출범 시기와 같다. 2017년 5월 계획예방정비를 시작한 이후 공식적으론 아직 정비 중이다. 오는 5월이면 만 5년이 되지만, 공극 보수 작업은 아직 시작도 못 했다.

5년 전 민관합동조사단이 구성됐고, 격납용기 돔 부분을 진단하기 위한 장비나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결론 외에 별다른 성과 없이 2년여의 시간이 지나갔다. 이어서 3차례의 전문적인 평가와 검증이 있었다. 최초의 격납 건물 구조 건전성 평가는 원자력 설계 분야 최고 기술 보유 업체인 한국전력기술이 했고, 프랑스 프라마톰사가 제3자 검증을 했다.

두 차례의 평가 결과(2020.3∼2021.7)는 ‘모든 정상 및 사고 조건에서 철근·콘크리트 응력이 설계 허용기준 이하로 만족함’이었다. 공극을 채우는 정비가 잘 되면 안전한 재가동에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한수원이 주관(비용을 지불)한 2차례의 평가를 불신한 원안위는 한국콘크리트학회에 별도 검증(독립 검증)을 요청했다. 그 결과 역시 앞의 두 평가와 같았고, 모두는 이것으로 검증 과정이 끝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원안위는 콘크리트학회의 검증 보고서 기술 검토를 산하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맡기는 ‘기술’을 발휘했다. KINS의 검토가 모두 끝난 건 반 년이 지난 지난해 말이다. 그런데 올해 1월 원안위원장은 ‘지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보고 안건에서 제외하는 직권을 행사했다. 그렇게 5년이 지나갔다.

이제는 지역의 ‘현안대책협의회’가 재차 격납용기 안전성 평가를 주장한다. 안전성 평가와 검증을 핑계로 용역비를 챙기는 한편,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의도 외엔 해석이 불가능하다.

이렇게 세월을 보내면서 한빛 4호기 가동 중지로 인한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비용을 훨씬 초과하는 약 3조 원에 이른다. 특히, 최근 가스발전의 정산단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피해 비용은 급증하고 있다. 이 피해는 온전히 전기 소비자와 지역 주민이, 이득은 한빛 4호기의 구조 건전성 평가기관과 안전성 검증을 앞세운 소수의 환경단체가 챙겼다. 지역의 한 전문가는 가동 중지 탓에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못한 각종 지원금이 6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한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는 책임의 대부분은 원안위에 있다. 몇 가지 원인을 생각해 봤다.

첫째, 원안위는 법으로 보장된 독립성을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는 원안위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정권의 심기를 살피는 원안위에 국민의 주머니를 먼저 생각하는 독립적인 결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원안위 홈페이지의 운영 방향에는 ‘전 직원이 안전규제 전문기관으로서 핵심 가치를 공유’하면서 전문성·독립성·투명성·공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성은 차치하고, 특별히 공정성은 누구에 대한 공정성을 추구한다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한빛 4호기 정비 시작은 원안위 보고로 완성된다. 그런데 보고는 원안위 산하기관 KINS가 한다. 묘한 불합리가 내포돼 있는 듯하다.

5년이 넘는 한빛 4호기 가동 중지, 수조 원의 피해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원안위의 각성과 쇄신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