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이 지난달 28일 인천 서구 공단 본사에서 탄소 중립, 원자력 발전과 신재생 에너지 균형 정책 등 환경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환경 부문 공공기관의 맏형 격으로 인정받는 한국환경공단의 안병옥(59) 이사장을 지난 3월 28일 인천 서구 환경공단 본사에서 만났다. 안 이사장은 이날 “새 정부가 출범한 뒤 탈원전 정책이 폐기되더라도 신재생 에너지 확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처음 운영하는 2조5000억 원의 기후 대응 기금은 어디에 사용하나.

“(지난달 25일 시행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보면 기후 대응 기금의 용처가 11개 분야로 정리돼 있다. 탄소 중립을 위한 기술개발, 연구·개발(R&D), 교육훈련 등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탄소 중립 과정에서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산업계와 근로자, 지역 등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짧은 기간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혁신 기술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업종도 많아 산업계 지원이 굉장히 중요하다. 또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있는 화석 연료 기반 산업 종사자나 해당 산업이 입지한 지역 등을 지원하는 일에도 신경 써야 한다.”

―현실적으로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이 가능할까.

“국내 산업구조 특성상 탄소 중립에 불리한 여건은 사실이다. 다만 산업계 역시 탄소 중립이 기업 생존을 위해 반드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감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이런 노력이 공급망의 주요 축을 담당하는 중소기업까지 확산하도록 돕고 있다. 아울러 수소에너지,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등 아직 미흡한 탄소 중립 기술들을 꾸준히 발전시켜 상용화한다면 우리의 목표는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본다.”

―경제와 환경이 과연 함께 갈 수 있는 가치인가.

“과거와 달리 이제는 글로벌 차원의 기후 규제가 개별 국가 기업 경영에 직접 압력을 가하는 시대가 됐다. 기후 변화나 탄소 중립 이슈에 적극 호응하지 않는 기업은 이제 투자나 금융지원을 받기가 어려워졌다. 유럽연합(EU)은 당장 내년부터 탄소 국경 조정제도(물건을 싸게 만들면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에 세금으로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는데, 기후 규제가 곧바로 무역 규제로 연결되는 것이다. 다른 출구 없이 환경을 생각해야만 경제 부문도 성과를 낼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탄소 중립을 열심히 실천하는 기업에는 배출권거래제를 통한 수익 창출과 다양한 기금·보조금·금융 지원, 기술 컨설팅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환경을 지렛대로 경제 성장도 활발히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국제사회에서 나타나는 공통 현상이다.”

―차기 정부가 탈원전 정책 폐기를 시사했는데.

“신재생 에너지 확대에는 영향을 안 미쳤으면 좋겠다. 원전 부문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국제 에너지 시장은 재생 에너지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재생 에너지를 기반으로 탄소 저감에 나서지 않으면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미 구글이나 애플 등 다수 글로벌 기업이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지 않는 기업의 부품은 공급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보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새 정부가 원전 정책을 바꾸더라도 재생에너지만큼은 국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문제로 보고 확대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본다.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상호보완하도록 하는 것이 국제 사회 흐름과도 맞지 않나 싶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