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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이제 대중문화를 넘어 ‘K-헤리티지(K-Heritage)’, 즉 전통문화로도 향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매주 월요일 해외에 나가 있거나 환수된 우리 문화재를 소개한다. 연재는 월별 주제에 따라 이뤄지며, 4월 주제는 ‘과학문화재’이다.

우리나라는 1200년대에 이미 금속활자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고려 시대 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자가 현재까지 전하는데,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사진·고려·프랑스국립도서관 소장·청주고인쇄박물관 사진 제공)이다. 이 책은 백운(白雲) 스님이 부처님과 인도·중국·한국 스님들의 말씀 중에 선(禪)의 요체를 깨닫는 데 필요한 내용을 뽑아서 만들었다. 본래 상하 2책으로 인쇄됐는데, 이 중 하권을 1800년대 말 1900년대 초 주한 프랑스 공사인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가 수집해 프랑스로 가져갔다. 1911년 골동품 수집가인 앙리 베베르가 경매에서 직지를 구입했다. 이후 그의 유언에 따라 1950년 파리의 프랑스국립도서관(Bibliotheque Nationale de France)에 기증돼 현재까지 소장되고 있다.

금속활자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자면, 우선 밀랍에 글자를 새기고 고운 황토와 모래로 거푸집을 만든다. 이 거푸집에 열을 가하면 안의 밀랍이 녹으면서 글자가 안쪽에 새겨진다. 그다음 구리와 주석 합금인 청동을 부으면 금속활자가 완성된다.

정보를 독점하면 소수에게만 이익이지만, 다수가 공유하면 과학·의학 등 모든 부문에서 인류 발전에 공헌한다. 문자의 발명으로 정보를 남길 수 있게 됐지만, 정보의 확산은 필사(筆寫)만으로는 느렸고, 틀린 글자로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기도 했다. 중국에서 목판 인쇄술이 출현해 다수와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지만, 한 목판에 고정된 한 가지 정보만 전달하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움직이는 글자, 즉 금속활자는 인쇄판의 글자를 갈아 끼울 수 있어 빠르게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정보를 전하기 위한 조상들의 슬기와 노력에 한 번 더 감탄하게 된다.

라경준 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