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현대차그룹은 차량 외부에서 먼저 충격을 막아 주는 새로운 개념의 에어백 특허를 최근 출원했다. 충돌 부위별로 에어백 작동 방식이 달라진다.

자율주행시대 에어백 특허 분석

차체 바깥에 장착해 충격 완화
앞뒤 필러에 모빌리티 에어백
충돌부위 에너지 밀도에 따라
에어백의 전개 방식도 달라져

차량 내부엔 허그 에어백 장착
충돌시 신체 구속력 최대치로

국내에서도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택시가 속속 시범 서비스에 들어가면서 안전사고 대비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 비행기 일등석처럼 좌석에 누워 쉬면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것도 먼 미래의 얘기만이 아니게 됐다. 문제는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면 과연 어떻게 탑승객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느냐다. 자동차 업계는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고정 관념을 파괴하는 새로운 차원의 에어백 기술을 고안하느라 분주하다.

4일 문화일보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에어백 관련 신규 특허 출원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앞으로 자율주행 시대의 에어백은 안전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차량 내부와 외부에서 충격을 동시에 흡수하는 이중 장치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차량 내부에서는 사람 몸을 감싸 안는 ‘허그(포옹) 에어백’이, 차량 밖에서는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에어백’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운전대나 대시보드 내부에 장착된 에어백이 충돌 센서가 작동하면 0.003∼0.05초 안에 팽창하면서 부풀어 오르게 설계돼 있다. 측면이나 무릎 아래,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안전벨트 등에서 에어백이 터져 나오는 등 작동 방식이 다양해 지고 있으나 자율주행 시대 도래에 따라 아예 기본 발상부터 달라질 전망이다.

◇“차량 외부에서 선제적 충격 흡수”=현대차그룹 승객안전시스템설계팀이 최근 특허 출원한 ‘모빌리티(이동성) 에어백’의 기본 발상은 에어백 모듈을 차체 바깥에 장착해 직접적인 외부 충격을 완화하는 개념으로 구성돼 있다. 과거에도 차체 외부 에어백을 고안한 자동차 제조사가 다수 있었으나 복합적인 충돌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범용성이 떨어지는 등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 때문에 보행자 보호를 위한 특별한 용도의 에어백 정도로만 상용화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실내에서 편안하게 움직이거나 쉬는 자율주행 시대에는 안전벨트에만 의지하기가 어려운 특성이 있어 차체 밖에서 먼저 외부 충격을 대폭 완화하는 필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특허 출원 내용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에어백은 차체 앞뒤 필러(기둥)에 장착된다. 에어백 모듈은 크게 인플레이터(공기 펌프)와 쿠션(완충재), 하우징(보호 틀) 등으로 이뤄진다. 직접적인 충격 완화 역할을 하는 쿠션은 하우징 안쪽에서 접힌 채로 필러 내부에 장착된다. 쿠션 하우징 위쪽으로 자리하는 인플레이터는 에어백 팽창에 필요한 가스를 모듈 아래쪽으로 공급한다. 인플레이터가 전달한 가스는 쿠션 내부의 디퓨저(확산기)를 통해 에어백을 순식간에 팽창시킨다.

교통사고는 충돌 부위에 따라 에너지 밀도가 달라진다. 에어백을 전개하는 방식도 이에 맞춰 달라진다. 예컨대 대부분의 충돌 상황에서는 테더(에어백의 형태를 유지하고 탑승자의 체중을 견디기 위한 끈 형태의 부품) 커터(절단기)를 작동시켜 에어백이 보호하는 영역을 최대한 확장하게 만든다. 반면, 차체 모서리 부위끼리 충돌하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테더 커터를 작동시키지 않은 채 에어백만 전개한다. 쿠션을 펼치지 않은 상태로 압력을 집중시켜 측면 모서리 부위의 보호 성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모서리 부위에 충돌 발생 시 에너지가 분산되지 못하는 현상을 방지해 효과적으로 충돌 에너지를 흡수한다.

◇“차량 내부는 ‘허그 에어백’”=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해 제작한 목적기반차량(PBV) 시험 모델 ‘S-Link’의 경우 차체가 전체적으로 높고 긴 박스 형태를 띠고 있다. 좌석도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고안돼 있다. 차체 내부가 또 다른 거주 공간이기 때문에 공간 효율에 집중한 설계를 채택한 것이다. 그만큼 보다 폭넓은 탑승자 보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새로운 숙제다.

현대차그룹은 해결 방안으로 2020년 허그 에어백 기술을 발표했다. 허그 에어백은 말 그대로 충돌 발생 시 탑승자를 감싸는 형태로 에어백을 팽창시켜 외부에서 전해지는 충격을 완화함과 동시에 신체 구속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린다. 차량 내부에서 자유자재로 이동이 가능한 시트의 적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만큼 기존 에어백 구조와는 전혀 다른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실내 에어백 기술인 ‘허그 에어백’과 차량 외부의 충격을 완충하는 ‘모빌리티 에어백’을 결합하면 그만큼 탑승자 안전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구상이다. 모빌리티 에어백은 현재 미국, 중국, 독일 등 해외 주요 3개국에 특허출원을 한 상황이다. 배터리 내장형 시트와 함께 모빌리티 사회를 앞당길 구체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올수록 에어백의 진화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화하면 에어백은 차량 내부와 외부에서 이중으로 충격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현대차그룹이 고안한 ‘허그(포옹) 에어백’ 장착 구현도. 현대차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