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사이즈’ 중국 장강 한가운데로… 크루즈 타고 ‘세 개의 협곡’ 훑는다[박경일기자의 여행]](http://image.munhwa.com/gen_thumb/202405/2024050201032412048001_300.jpg?v=20240503033208)
이미지 크게보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엘리제궁 집무실에서 정장이 아닌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턱수염이 수북하게 난 채로 업무를 보고 있다. 개전 이후 공식 석상에서 올리브그린 군용 티셔츠를 고집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스타그램 캡처
■ 글로벌 포커스 - 다음 달 10일 대선 1차 투표 앞두고 지지율 급등
침공직전보다 지지율 5%P↑
러-우크라 중재역할 부각되고
의상 등 젤렌스키 벤치마킹도
‘극우’ 르펜, 17~18%서 답보중
‘佛의 푸틴 꿈꿔’ 제무르는 타격
전쟁이 현지이슈 집어삼킨 상황
“시작도 전 끝난 유령 대선” 비판
낮은 투표율, 선거 변수될 전망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까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재선 가도는 순탄치 않아 보였다. 지지율은 1위였지만 극우로 분류되는 2위와 3위의 추격이 매서웠다. 2위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와 3위 에리크 제무르 재정복당 후보가 단일화하면 마크롱 대통령을 이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발레리 페크레스 공화당 후보(일드프랑스 주지사) 역시 그를 위협했다. 페크레스 후보는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층인 중도 우파를 꾸준히 흡수했고 “마크롱과 페크레스가 2차 결선에 가면 페크레스가 이길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상황은 급변했다. 오는 4월 10일 1차 대통령선거 투표를 앞둔 현재, 마크롱 대통령의 적수는 없어 보인다. 20% 중반에 머물던 그의 지지율은 30%를 찍으며 ‘넘사벽’이 됐다. 외신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 급등에 대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중재자로 나선 점 △전시 지도자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이미지 벤치마킹 △여타 후보들의 과거 친러시아 발언 조명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넘사벽’이 된 마크롱 대통령 = 프랑스 대통령은 다음 달 10일 1차 투표와 24일 결선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프랑스 대선에서는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2위 후보자가 결선 투표에서 맞붙는다. 현재 1위는 마크롱 대통령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다. 24∼25%를 오르내리던 지지율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급등했다. 그의 정치 경력 중 최고 지지율이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을 포함해 ‘보수 빅4’로 불리던 나머지 후보들은 지지율이 정체되거나 하락했다. 특히 침공 직전 15% 지지율로 3위를 달리던 제무르 후보의 지지율은 10% 초반까지 하락했다. 14%로 4위를 달리던 페크레스 후보의 지지율 역시 10% 초반으로 하락했다. 17∼18% 수준이었던 2위 르펜 후보는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명백한 답보 상태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판세 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러시아의 침략 행위에 대처하고 분쟁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리더’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지지율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마크롱 대통령이 ‘포클랜드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1982년 영국 내 실업자가 300만 명까지 늘면서 마거릿 대처 당시 영국 총리의 지지율이 뚝 떨어졌을 때 영국이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극적으로 반등해 재선에 성공하면서 생긴 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최종 승자는 마크롱? = 실제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서방 지도자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가장 많이 상대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마크롱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12번의 대화를 나눴다. 2월 24일 개전 이후에는 6번 대화했으며, 특히 지난 6일엔 푸틴 대통령과 무려 105분간이나 통화했다. 지난 10일과 12일에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함께 3국 정상이 통화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자국 채널 TF1 프로그램에서 “푸틴 대통령과 계속 인도주의적 통로, 원자력 발전소 보호 등에 대해 대화할 것”이라며 “대화하지 않으면 유럽은 안전하고 평화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전시 지도자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미지를 모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의 전속 사진작가 소지그 드 라 모아송니에르가 자신의 SNS에 공개한 마크롱 대통령의 집무실 사진이 대표적이다. 해당 사진은 마크롱 대통령의 후줄근한 옷차림으로 화제가 됐다. ‘옷 잘 입는 대통령’으로 꼽히는 그는 사진에서 검은색 후드티와 청바지 차림에 면도도 하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해 심각한 표정으로 서류를 보고 있었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마크롱이 젤렌스키 룩(look)을 했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같은 지지율 향상은 어떤 정치인이라도 원하는 것인데, 마크롱 대통령은 4월에 대선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 이후 정장을 벗어 던지고 올리브그린 티셔츠 차림으로 공식 석상에 나서고 있다. 경쟁자들의 침몰도 지지율 상승에 한몫했다. 특히 출마 선언 후 주가를 올리던 제무르 후보에겐 우크라이나 전쟁이 악재로 작용했다. “프랑스의 푸틴을 꿈꾼다”는 그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됐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모든 걸 삼킨, 정책경쟁 없는 대선 비판도 =상황이 이런 탓에 마크롱 대통령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프랑스의 모든 이슈를 덮어 버린 탓에 별다른 노력 없이 재선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시각이다. 보수 성향의 제라르 라르셰 프랑스 상원의장은 “대통령이 선거운동과 토론을 하지 않고 아이디어 경쟁도 없이 재선에 성공하길 바라고 있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이번 대선은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난 유령 캠페인”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밀려난 다른 후보자들은 의제를 펴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에서 낮은 투표율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러 가겠다’는 응답은 67%로 확인돼 역대 최저 투표율이 예상된다. 입소스와 소프라 스테리아가 최근 르몽드 의뢰로 진행한 조사를 보면 연령대별로 70세 이상의 81%가 투표할 계획이라고 답한 것과 달리 18∼24세는 53%만이 투표하겠다고 밝혀 젊은 층의 관심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프랑스에서는 투표율이 이변을 만들어 낸 사례가 있다. 프랑스에 제5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대선 역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해는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 2002년이었다. 당시 1차 투표에서 유권자의 28.4%가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조명을 받지 못했던 극우 성향의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 후보가 예상을 깨고 결선에 진출한 바 있다. 마티외 갈라르 입소스 연구이사는 “2017년 대선과 달리 올해 대선에서는 프랑스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없다”면서 “지난 대선에서는 서로 다른 후보들이 유로화 탈퇴, 보편적 기본소득, 공무원 감축과 같은 피부에 와닿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 투표장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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