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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보면 ‘음, 평소보다 늦게 오네’ 싶을 때가 있다. 대개는 둘 중 하나다. 사람이 많이 탔거나, 택배 기사가 여러 층을 눌러 놓고 물건을 배달하는 중이거나. 며칠 전 내가 사는 오피스텔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때의 일이다. 문이 열리자 택배 기사와 상자들이 보였다. 5층과 12층, 18층 버튼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벌써 밤 10시가 넘었는데. 누가 이 시간까지 저이에게 일을 시켰을까.

문득 전 세계의 택배물량을 독점하는 기업 ‘클라우드’가 떠올랐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이 회사는 전염병과 치안 악화로 외출을 꺼리는 사람들을 위해 상품을 한 시간 내에 배송해 주는 서비스로 각광을 받는다. 24시간 감시체제에서 톱니처럼 움직이는 노동자들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받는 처우는 형편없다. 클라우드에는 위험한 작업을 위한 안전장치가 있지만 생산성을 저해하므로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 아프다고 검사를 받아서도 안 된다. 병이 확인되면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가야 하므로 진통제를 먹고 일하도록 권장된다. 점심시간은 30분, 근무 중 화장실은 두 번만 이용할 수 있다. 회사는 업무의 효율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비용을 지출해도,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서는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다.

클라우드를 소설 ‘웨어하우스’(북로드) 속 설정일 뿐이라고 말하기엔 현실과 싱크로율이 높다. 미국 소설인데 어째서 한국 기업이 떠오르는 건지. 그런 생각을 이어 갈 때쯤 18층에서 문이 열리자 택배 기사가 나를 향해 뭐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폰 때문에 들리지 않아 “네?” 하고 되물었을 때는 이미 그가 잽싸게 내린 뒤였다. 1초. 대관절 저 사람이, 2초. 방금 나한테, 3초. 뭐라고 한 거지? 그러다가 퍼뜩 깨달았다. 아, 문을 잡아 달라는 거였구나. 순간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헐떡이며 돌아온 기사가 환하게 웃더니 ‘당신이 있어 세상은 살 만합니다’의 광고모델 같은 표정으로 살짝 묵례했다. 12층에서도 5층에서도 나는 잠시 문을 잡아 주었다. 그 시간 동안 내 인생의 다정함 쿠폰에 포인트를 하나 쌓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1층에 도착하자마자 짜증이 몰려왔다. 내리지도 않았는데 몇몇 남자가 다짜고짜 밀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제발 그러지 좀 맙시다. 안에 있던 사람이 나오면 차근차근 타서 이용하기로 해요. 엘리베이터도, 지하철도.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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