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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경의 ‘우주여행 2022’

지난 2월 초 일론 머스크의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에서 쏘아 올린 49대의 스타링크 위성 중 약 40대가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지구로 떨어질 운명에 놓였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에서 준비 중인 글로벌 위성 인터넷 서비스로 1만2000여 대의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려 지구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페이스X는 자사에서 개발하고 운영 중인 팰컨 9 로켓으로 한 번에 수십 대의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해 2018년부터 지금까지 2000대 넘게 우주로 보냈다. 그렇다면 이번에 올라간 스타링크 위성들에는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문제의 원인은 태양으로 거슬러간다. 태양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로 우리가 속한 태양계의 중심이다. 태양에서 나오는 빛과 열에너지는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기본 환경을 만들어준다. 이렇게 고마운 태양이 때로는 무섭게 돌변하기도 한다.

태양에는 ‘흑점’이라 불리며 주변보다 어둡고 온도가 낮은 지역이 있다. 자기장이 강해 대류에 의한 온도 전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흑점의 크기와 모양은 다양한데 보통 지구보다 크다. 흑점의 위치는 계속 변하고 대략 11년 주기로 그 숫자가 늘었다 줄었다 한다. 이 주기를 ‘태양활동주기’라고 부른다. 흑점의 수가 늘어날수록 태양 활동이 활발해진다. 흑점과 그 주변 지역은 ‘활동영역’이라 부르는데, 바로 이곳에서 ‘플레어’나 ‘코로나 질량 방출’(Coronal Mass Ejection)과 같은 태양 폭발이 일어난다.

우주 공간으로 뿜어져 나온 거대한 플라스마 덩어리와 자기장은 초속 수백에서 수천 킬로미터 속도로 뻗어 나간다. 문제는 이 덩어리가 지구를 향해 돌진할 경우이다.

높은 에너지를 가지는 입자로 이루어진 플라스마 덩어리와 자기장은 며칠 후 지구에 도달해 지구의 자기장을 교란한다. 지구 자기장과 결합할 경우 이 입자, 즉 에너지 덩어리가 지구 자기력선을 따라 극지방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를 ‘지자기 폭풍’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지구 바깥에서 들어온 에너지는 지구 대기를 가열해 팽창시킴으로써 고도별 대기 구성 성분의 비율과 밀도를 바꾼다. 대기의 밀도는 지구 중력 때문에 지표에서 가장 높고 위로 갈수록 낮아지므로 평소 인공위성이 다니는 수백 킬로미터 상공은 대기 밀도가 매우 낮다. 그러나 지자기 폭풍에 의해 대기가 팽창할 경우 이곳의 대기 밀도가 높아져 인공위성은 높은 대기 항력(air drag)을 겪게 되고 결국 고도가 떨어지게 된다. 즉, 2월 3일에 발사한 스타링크 위성은 약 200㎞ 상공에 머무르며 상태 확인을 마치고 목표한 고도로 올라갈 예정이었으나 예기치 못한 대기 밀도 증가로 결국 지구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혹시 모를 위성 추락에 의한 피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위성들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모두 불타 없어질 예정이다. 마치 유성이 지구 대기로 진입할 때 대기 마찰로 타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지자기 폭풍에 의한 영향은 이것 말고 또 있다. 지구 대기에는 전리권이라 불리는 전자 밀집지역이 있어 지상에서 송출한 전파는 이 전리권에서 반사돼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보낼 수 있다. 마르코니의 대서양 횡단 무선 통신 시험도 이 전리권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전리권 역시 낮과 밤, 계절 등에 따라 전자밀도가 끊임없이 변하고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지자기 폭풍이나 지진 등에 의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교란은 예측이 어렵고 통신과 위성항법의 성능을 저하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GPS(미국의 전 지구 위성항법 시스템) 역시 전리권 교란이 발생하면 신호가 끊기거나 왜곡해 엉뚱한 위치를 가리킬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이 평생에 한 번은 보고 싶다는 오로라 역시 지자기 폭풍 때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보이니 세상만사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하겠다.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