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순관, 화양연화-염원, 캔버스에 유채, 79×54㎝, 2019

영화 ‘작전명 반데라스’를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짐이 진작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동안 종전의 실마리가 보일 듯하다가 다시 불길이 거칠어지고 있다. 싸움을 건 쪽의 전황이 좋지 않을 때, 극단적으로 잔인해질 것이 더 우려된다. 대의와 명분이 없는 전장에 동원된 젊은이들이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그곳의 안전과 평화를 비는 마음을 김순관 그림에 담아 전하고 싶다. 4·3의 상처를 암시하면서도 담담하고 서정적인 색조의 화면이 숙연한 진혼곡 같은 느낌을 준다. 굵은 윤곽선에 두꺼운 안료의 임파스토에서 지성(至誠)이 느껴지며, 색면을 뚫고 명멸하는 반딧불이 같은 효과들에서 감각적 생기가 돋는다.

작가는 평화를 시각화하기 위해 화양연화(花樣年華)를 인용하고 있다. 그에게 평화란, 꽃으로 상징되는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이다. 꽃을 향해 맨발로 부복하고 치성을 드리는 모습과, 손과 발을 가지런히 모은 장면에서 간절함이 읽힌다. 분투 중인 우크라이나에 하루바삐 평화로운 일상이 회복되기를 빈다.

이재언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