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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종식 방송 재개’ 애타게 기다리는 ‘국민MC’ 송해

“방송 못하니 소화기능 조금 저하
종로사무실 지하철 이용 ‘운동’
빈자리 앉지않고 계단 오르내려

故 정주영 회장과 금강산 관광
고향 황해도라 가장 기억 남아”

글·사진 = 박현수 기자

“봄바람과 함께 코로나19가 빨리 사라져서 예전처럼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며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으면 좋겠어요.”

최근 건강 악화설이 나돌고 있는 ‘국보급’ 국민 MC 송해(95·사진)는 지난 4일 서울 종로1가에 있는 한 식당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소문과 달리 그는 무척 건강해 보였다. 목소리도 힘이 있었고, 기억력도 좋았다. 식당 2층으로 올라가는 경사가 심한 계단도 부축 없이 홀로 거뜬히 오르내렸다. 100세에 가까운 나이가 무색할 정도였다. 워낙 건강관리를 철저히 한 덕분이라며 웃었다.

그는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해 “일시적으로 기력이 떨어졌으나 병원에 다니며 건강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방송활동 등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다 보니 소화기능이 점점 떨어지는 것이 걱정”이라면서 “병원에서 처방해 준 소화제를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해진다”며 주머니에서 약봉지를 꺼내 복용했다.

‘한국 방송의 살아 있는 역사’로 불리는 그는 90대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 주변 사람에게 건강에 관한 롤 모델로 손꼽힌다. 코로나19로 전국노래자랑이 무기한 중단된 것과 관련해 “하던 일 못 하고 갇혀 있다는 게 참 고통스러운 일”이라면서 “그로 인해 여러 가지로 지장이 많다”고 했다. 건강을 걱정하는 국민에게 한 말씀 해 달라고 하자 “아무리 건강을 타고났다 하더라도 가꾸지 않으면 안 돼요. 코로나19로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참으시고 힘내세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일상이 회복되기를 기원한다. 머지않아 분명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가 끝나서 전국노래자랑이 재개하면 꼭 취재해달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로 모든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본인 근황이 소개되는 것에 대해 국민에게 오히려 누를 끼칠까 염려하며 겸양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1998년 11월 18일 금강산 관광이 처음 열렸던 날이라고 했다. 황해도 재령 출신으로 6·25 전쟁 때 가족과 헤어져 홀로 남한으로 내려온 그는 47년 만에 처음 북한 땅으로 향하는 선상에서 노래자랑 대회를 진행해 잊을 수가 없다고 회고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부인 변중석 여사와 함께 갔다는 그는 “정 회장님은 참 친절하고, 자상하신 분”이었다고 기억했다. 사람들과 헤어질 때는 늘 “또 봐요”라며 젊은 사람들에게도 존칭을 사용해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송해는 지난 2018년 부인 석옥이 여사와 사별한 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종로3가 ‘송해 거리’에 있는 원로연예인상록회 사무실에 주 2~3회 출근해 회원들과 바둑을 두거나 담소를 나누며 일과를 보내고 있다. 그는 사무실까지 “30년 넘게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한 게 건강 유지 비결”이라고 했다. 지하철에서 빈자리가 있어도 잘 앉지 않고, 엘리베이터도 여간해서는 타지 않으며 계단을 이용해 왔다고 한다.

건강 악화설은 지난 1월 31일 열린 KBS 2TV 2022 설 대기획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 방송 이후에 나왔다. 이 공연은 지난 설 연휴 동안 가장 주목받은 명절 기획으로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 기준 12.7% 시청률로 1위를 차지해 그가 국민 MC로서의 명성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송해는 이날 “‘땡’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딩동댕’의 정의를 모른다”면서 “저 역시 늘 전국노래자랑에서 내 인생을 딩동댕으로 남기고 싶었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눈도 맞고 비도 맞고／앞만 보고 달려왔었네’로 시작해 ‘괜찮아 이만하면 괜찮아／내 인생 딩동댕이야’로 끝나는 자신의 히트곡 ‘내 인생 딩동댕’을 불러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그는 1955년 ‘창공악극단’을 통해 데뷔한 대한민국 최고령 현역 연예인이다. 외동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가슴에 묻고, 깊은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1988년부터 시작한 ‘전국노래자랑’ 진행이 34년째 이어져 ‘최장수 프로그램 진행자’로 우뚝 섰다. 2014년 제5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한 송해는 조만간 세계 최고령 방송 진행자로 기네스북에 오를 전망이다. KBS는 송해를 ‘최고령 TV 쇼 진행자’로 올리기 위해 기네스 협회에 신청해 놓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