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SNS에 올라와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의 상징 ‘Z’ 표시들. 왼쪽 위 사진은 우크라이나 국기 미니어처로 만든 ‘Z’ 표시며 오른쪽 위 사진은 ‘Z’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러시아 시민들의 모습이다. 러시아 시내를 달리는 자동차들에도 ‘Z’가 표시돼 있다(아래 사진). BBC 캡처

전광판·정류장 등 곳곳 표시
학교서 아이 동원 사진찍기도
서쪽 진격 의미 ‘Zapad’ 추정
“러 정부 주도로 확산” 분석도

러시아의 한 체조 선수가 자신의 유니폼에 ‘Z’ 표시를 붙이고 국제체조연맹(FIG) 기계체조 월드컵 시상대에 서 논란을 빚은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의 상징이 된 ‘Z’ 표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 탱크에 그려져 처음 주목받았던 ‘Z’ 표시는 이제 침공을 지지하는 상징으로 건물 벽면이나 자동차, 옷 등에 그려지는 등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7일 BBC 등에 따르면 ‘Z’ 표시는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거리 전광판이나 버스 정류장, 자동차 등에 그려져 있으며 ‘Z’가 그려진 티셔츠도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SNS에는 ‘Z’ 이미지가 넘쳐나며 심지어 학교가 아이들을 동원해 ‘Z’ 표시를 만들고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한다.

‘Z’ 표시가 처음 주목받았던 것은 침공이 시작될 무렵으로, 러시아 탱크에 페인트로 그려진 ‘Z’ 표시가 포착됐다. 당시 외신들은 ‘의문의 표시’라며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지 분석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 다만 ‘승리를 위해(Za pobedy)’를 뜻한다는 해석과 러시아의 ‘서쪽(Zapad)’인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진격 방향을 나타낸다는 추정이 다수 나왔다. 일부 친러시아 전문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앞글자를 딴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Z’ 표시의 확산이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러시아 정부가 이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 국방부는 최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Z’ 이미지를 잇따라 올렸고 러시아 정치인인 마리아 부티나는 정장 재킷에 ‘Z’를 그려넣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영국 안보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러시아 전문가 에밀리 페리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 ‘Z’가 퍼지는 데는 보름도 채 걸리지 않았다”며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눈에 띄게 마련이다. ‘Z’는 매우 강력한 상징”이라고 밝혔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